테이블위의 시간들

by E선


내 것이었다가 버려진 물건들을 보면 가슴 한켠이 찡해진다. 신혼 때 샀던 나무 테이블이었다. 거실에 작은 테이블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언니가 딱인 가구를 찾았다며 사진을 마구 보내주며 사주었던게 벌써 5년 전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여기저기 스티커도 붙이고, 생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든 테이블.


신혼집엔 식탁이 없어서 그 작은 테이블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아침저녁을 함께 먹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요리 하나도 못 하던 내가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서 첫 음식을 내놓았던 바로 그 테이블이다.

아이가 생긴 후엔 아이 방에 펼쳐두었다. 그 위에서 책도 읽고, 색칠공부도 하고, 팔찌도 만들며 한 세월을 함께 했다.


어느 날, 아이가 집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방문 선생님이 말했다.

“이 테이블 다리가 좀 불안정하네요.”

흘끗 돌아보니 다리가 한쪽으로 기울어 물건들이 쏟아질 듯 아슬아슬했다.

‘이젠 버려야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러다 아이 생일을 맞아 1200짜리 큰 테이블을 방 안에 들였다.

“이제 보내주자”며 아이와 함께 마음을 다잡았다.


물건을 들이는 것만큼이나, 버리는 것도 결심이 필요하다. 그날, 테이블을 버리기 위해 3,000원을 지불했다.

이제 어딘가에서 분해되어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니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

수거장소에 테이블을 두고 오는 길,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을씨년스럽게 홀로 비를 맞고 있는 테이블을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미니멀리즘은 참 어렵다. 사람과의 이별처럼 물건과의 이별도 마음에 자꾸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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