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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구두

by E선

구두를 참 좋아하는 우리 딸에게 사이즈가 고민되어 내년에도 신어라, 양말 신고 신으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한 사이즈 큰 구두를 사주었다. 딱 봐도 너무 큰 가 싶다가도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게 쑥쑥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면 올해는 크게 신고 내년에는 맞게 신어라라는 말로 교환을 보류하고 있었다.


"너무 크지 않아? 엄마가 사이즈 다른 걸로 바꿔줄게"라는 말에 하루 종일 기다렸던 구두인데 이렇게 뺏길 수는 없다는 양 하나도 안크다,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는 말로, 말이 안 되면 엉엉 우는 울음으로 자신의 큰 구두를 사수사하게 되었던 밤이었다.


다음날 짧은 산책,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곧 죽어도 새로운 구두를 신어야겠다는 아이의 마음을 마지못해 승낙하면서 그래도 두꺼운 양말을 신었으니 괜찮겠지라는 마음이었다.

"불편하지 않아? 엄마가 바꿔준다고 했잖아"라고 묻자, "신은 내가 알지 안신은 엄마가 어떻게 알아, 하나도 안 불편해!"라고 하면서 5살 작은 입으로 이야기하는데, 짐짓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래 네 신발이 편한지 안 편한지는 네가 알지 내가 알겠니.


하루 종일 큰 구두를 신고 신나게 돌아온 날 밤. 잠자기 전 옆에 누워 도란도란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일, 가장 기억에 남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자니, 갑자기 말할 비밀이 있다고 한다.

"엄마, 생각해 보니까 구두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이제 신고 나가서 바꿀 수가 없는데...?"

"사실 오늘 큰 구두 때문에 너무 불편했어. 아무래도 더 발이 크고 나서 신는 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하루 종일 안불편하다고 뻥뻥 소리치던 모습과 대비되게 조용히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오고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나 대견하기도 하다.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하고자 본인은 하루 종일 얼마나 불편했을 것인가.


다음 날 새로 산 사이즈 맞는 구두가 오자 얼굴에 함박꽃이 핀다. 사이즈 확인차 신어보라고 거실에서 신겼건만 벗을 생각을 안 한다.

"사이즈 확인했으니까 이제 밖에서 신어, 벗어도 돼"

"엄마, 나 이 구두가 너어어어무 마음에 들어서 도저히 벗을 수가 없어"라고 하면서 살며시 벗어서 침대 머리맡에 둔다. 내일 아침 어린이집 갈 때 신을 거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이번에는 그녀의 발에 꼭 맞기를, 편안하게 신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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