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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100점의 비결

by E선

뱃속에서부터 줄창 가봐서일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나는 임신 중에도 멈출 수가 없었더랬다. 부른 배를 부여잡고 이곡 저곡 불러댔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도 노래방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을 했다.


남편이 혼자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경우에는 항상 노래방은 코스 중 하나이다. 요새는 코인노래방 회원권을 사서 시간제로 둘이 한 시간은 거뜬히 놀고 온다. 남편, 아이 둘 다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며 남편이 제일 선호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아직 한글을 잘 못 읽는 아이에게 빠르게 지나가는 가사를 읽는 것은 아직 좀 벅차다. 한 소절 한 소절 옆에서 가사를 알려주었지만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여러 번 듣더니 가사를 외워서 부른다. 외우기 힘든 노래는 허밍으로 대충대충 잘도 넘어간다. 가장 잘 부르는 노래는 단연 티니핑주제곡이다. 그 많고도 많은 티니핑들을 어찌 다 외우는지 아주 줄줄줄 잘도 외워댄다.


번쩍거리는 조명과 쩌렁쩌렁 큰 목소리로 나게 하는 마이크와 자신만이 독점할 수 있는 그 무대를 아주 사랑한다. 잠시라도 내가 끼어들려고 하면 철벽이다. “엄마, 나 혼자 부를 거야. 내 거야.” 끼어드는 건 꿈도 못 꾼다.

그 모습이 기특하기라도 한 건가. 아님 연령감지시스템이라도 부착이 되어있어서 7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라는 코드가 심어져 있나. 노래방 기계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박한 기계가 아이에게만 100점을 턱턱 내어준다.

나도 놀라고 아이도 놀라고. 연달아 100점이 나온 날에는 아주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엄마, 내가 100점 나오는 방법 알려줄까?”

“뭔데? ”

“크게 부르면 돼, 아 그리고 너무 열심히 부르지 말고 대충 불러야 돼...”

이게 무슨 말인가. 큰 비법이라도 전수한다는냥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알려준 비밀이다. 난 또 그 비법전수에 고맙다며 인사를 한다. 아이에게 이런 자신감을 심어준 노래방기계에 감사하다며 절을 해야 하나.


자신의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보다 커져버리는 경험, 그 경험을 아이는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점점 더 아는 노래가 많아질 것이고, 점점 더 나보다는 친구들과 많이 가게 될 노래방이지만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이의 머릿속에 꼭꼭 소중하게 저장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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