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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산속에서 경주만 하던 토끼와 거북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

by E선

나는 성격이 급하다. 성격이 급해서 말도 행동도 엄청 빠르다. 수업을 할 때는 의도적으로 말의 빠르기를 늦추려고 엄청나게 노력할 정도이다. 무엇이든 결과가 빨리 빨리 나오는 게 좋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밍기적거리는 것도 싫어하여 아침도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시작하려고 하고 마음먹은 일은 빠르게 시작하는 추진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빠른 만큼 실수하는 경우도 잦고 조급함을 자주 느껴서 마음이 평화로운 날이 많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데서도 그런 나의 성격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아이가 하려는 말을 대신 해주고, 아이의 옷을 대신 입혀주고, 아이가 만들려고 하는 것들을 내가 대신 만들어준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야 하니 그게 쉽지가 않다. 내가 해주는 게 빠르고 정확하니 자꾸 아이가 스스로 해내야 하는 기회를 빼앗는다. 기다리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걸 성격 급한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더더욱 깨달아간다.


그런 나와 정반대인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남편이다.남편의 성격은 한없이 느긋하다. 밥도 느긋하게 먹어서 속도 빠른 우리 친정가족과 밥을 먹을 때면 먹을 것을 따로 빼놓아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무엇이든 조급함을 느끼는 나와은 달리 어떠한 상황에서도 편안한 마음을 갖는 사람이다. 잠도 많아서 주말 하루 중 낮잠을 두 시간 이상 확보해주어야만 한다. 비록 핸드폰의 배터리는 항상 간당간당하고 해야 할 일은 늦게까지 미루고 보아서 항상 옆에서 잔소리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육아에 있어선 나의 파트너로서 남편의 성격이 최고다.


남편은 아이를 기다려주는 데 도사이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빨리빨리를 외쳐는 엄마를 대신해서 네가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려준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는 능력은, 조급한 나로선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재능이다.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것에 재능이 없어 동물은 고사하고 식물하나 집에 들이는 것도 주춤하는 내가 남편과 함께 어느새 사람을 키우게 된지도 벌써 5년 차이다. 성격 급하지만 눈치도 빠른 나는 항상 아이의 니즈를 잘 파악해 주고 성격이 느긋한 남편은 항시 아이의 속도에 맞게 잘 기다려준다. 빠름과 느림이 부딪히지 않고, 어긋나지 않도록 애쓰며 오늘도 우리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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