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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술래잡기

by E선
-엄마, 바다는 언제 쉬어?
-응? 바다는 안 쉬어
-하, 파도는 진짜 힘들겠다. 계속 왔다 갔다 하려면

우리 가족은 속초를 좋아한다. 작년에만 해도 10번은 간 듯 하니 아이도 속초에 제법 익숙하다. 속초에 도착하면 우리는 어김없이 바다를 찾는다. 겨울바다도 봄바다도 여름바다도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바다에 도착하면 아이는 항상 신이 난다. 파도 앞에서는 살짝 망설이다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파도와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다가 찰나, 옷이 흠뻑 젖을 때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항상 바다만 보면 웃음꽃이 함빡이다. 바다에서 한창 놀다 아이가 문득 묻는다.

“엄마, 바다는 언제 쉬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다.

“음, 바다는 안 쉬어. 계속 움직여.”

“아… 그럼 파도가 되게 힘들겠다.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그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파도가 쉬지 않는다는 것, 나는 당연히 생각했던 것이 아이의 눈엔 ‘힘들겠다’라고 느껴지나 보다. 누군가의 멈추지 않는 움직임 속에 ‘지치겠다’고 말해줄 줄 아는 마음이 참 예쁘다.


파도와 신나게 놀다 지쳐 이제는 조개 수집가를 자처한다. 예쁜 조개를 주워 열심히 모은다. 특별히 예쁜 조개는 친구를 주어야겠다며 고이 간직해서 가져온다. 물티슈로 열심히 닦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마음 또한 쉽게 가르칠 수 없는 귀한 마음이다. 그저 바다에서 노는 줄만 알았는데 바다를 보고 마음을 헤아리고 바다에 오지 않은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나를 또 뭉클하게 만든다.


뭔가를 항상 내가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오히려 내가 배운다. 오늘의 바다는 참 맑았다. 아이의 말도 참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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