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핸들이 고장난

#지나가는말입니다

by 라이카

하루는 빠르고 일주일은 느리며 주말은 눈 깜빡하면 지나간다. 시간은 상대적이고, 중력이 클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중력은 질량과 비례한다는 이론을 생각하면 평일의 나는 매일 회사 문턱만 넘으면 3,680톤 정도로 질량이 바뀌는 게 아닌가 싶다. 아 살이 쪘다는 건가?


절대적인 사실은 시간은 흐른다는 것이다. 느리건 빠르건 그저 앞으로만 가는 시간 속에서 정신없이 헤엄치다 잠들기 전 잠깐 뒤를 돌아보면 흠칫할 때가 많다.


브레이크와 핸들이 고장났다던 은지원과 다듀, 리쌍과 성시경이 50을 바라보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환갑을 넘겼고, 올리비아 핫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유아인과 주우재가 40대라는 걸 들었을 땐 뭔가 잘못됐다고까지 생각했다.


더 소름이 돋았던 점은, 더 이상 10년이라는 숫자를 들어도 그다지 긴 시간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래 시점인 10년 후를 얘기할 때도 이전에 비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10여 년 전의 나에게 10년이란 인생의 절반이었는데. 이제는 3분지 1도 되지 않게 되어버린 10년이 앞으로는 내게 있어 얼마나 감가상각 될지 쉽게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이래서 아직도 엄마가 10년짜리 적금을 새로 드는 건가 싶기도 했다. 10년 뭐 금방이니까.


서두로 돌아가서, 근래 들어 어른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나이대=km/h’ 공식이 사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깨닫는 중에 있다(이제 우스갯소리라는 말이 붙은 문장은 팩트에 수렴한다는 사실까지도). 인생에 가속이 붙는다는 건 내 범주에 없었는데. 왠지 인생 전반의 계획을 다시 짜야할 것만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어 하다가 관뚜껑 덮이는 소리를 듣게 될 것 같다.


좀 더 촘촘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러나 시간은 하루가 갈수록 점점 붙들고 있기 어려워진다. 시간의 속력과 시간을 붙드는 내 악력은, 각자 +와 - 방향으로 잽싸게도 멀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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