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을 해야 하는 직업
2학기를 시작하면 고삐 풀린 학생들이 교실마다 활기치고 다닌다. 그럴 때마다 먼 풍경을 바라보듯이 시선을 바꾸곤 한다. 희로애락 들판에서 아이들의 동심이 느껴진다고 할까? 나도 알 수 없는 전지적 시점을 즐기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진 앵글 안에서 사물은 멋지게 보이고 액자 속에서 그림은 가치 있게 보이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역동적인 아이들을 보니 다시 새로운 계절이 찾아온 것만큼은 틀림없다. 스핑크스도 덩달아 신났다.
교직은 사계절이 두 번 온다. 한 학기마다 사계절을 보내는 농부의 심정으로 산다. 이모작을 해야 하는 2학기의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다시 처음부터 딱딱한 땅을 일구고 돋아나는 새싹을 조심조심 키우며 지난겨울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시기이다. 방학 동안에 연구했던 수업 비기를 마구 펼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때이기도 하다. 높아만 가는 포부만으로도 무림 교실을 평정할 것만 같다.
달을 향해 쏴라. 달은 못 맞히더라도 수많은 별 중 하나는 맞힐 테니.
-레스 브라운
하지만 과욕을 부리는 인물은 영화 속에서 언제나 일찍 죽는다. 한 달을 전력 질주하면 번 아웃 burn out에 빠지기 일쑤다. 역시나 게임 속의 폭탄이나 필살기는 계속 쓰면 안 된다. 그러니 <조직화하기>의 저자 스테파니 윈스턴처럼 내 재능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내게 돌아오는 것이 뭐지?” 갑자기 힘쓸 일이 많아진다면 꼭 중얼거려보자. 나의 우선순위도 잡고 달도 잡자.
사람에게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현상은 무슨 의미일까?
스핑크스가 언제 묻나 했다.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현상은 계절이잖아? 풀어서 말하니까 시선이 바뀐다. 누구나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준비와 결심이 있는 시작의 봄, 피와 땀이 흥건한 열정과 인내의 여름, 결실이 있는 피드백의 가을 그리고 공백과 여백이 있는 고통의 겨울이 수시로 찾아온다. 스핑크스는 듣지도 않고 딴짓이다. 콱 마!
중요한 것은 계절의 방향성이다. 계절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내 마음의 반은 울었고 반은 웃었다. 지금 누리는 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온다는 것에 슬프고 아무리 긴 겨울이 와도 끝이 있다는 것에 기뻤다. 계절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아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노력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이 계절을 바라보는 차렷 자세이다. 열중쉬어 자세는 각자의 몫이다. 스핑크스 열중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