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체와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다
시체를 관광 상품으로 하는 나라가 있다면? 말만 들어도 오싹하다. 어느 나라가 시체에 집착한단 말인가? 바로 이집트이다. 이집트는 어린아이들도 아는 미라의 나라이다. 옆에서 스핑크스가 으스댄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진짜 똥을 관광 상품으로 하면 어떨까? 세상의 다양한 똥만 모으는 거지. 긴 똥, 짧은 똥, 두꺼운 똥, 얇은 똥... 냄새 안 나게 꽁꽁 얼려서... 난 이미 입장권을 얼마 받을지 계산하고 있다. 이런 물질주의자여.
시체는 관광 상품이 되는데 똥은 왜 안 될까?
스핑크스가 똥 마려운 표정으로 묻는다. 그러게. 왜 안 될까? 물론 똥 박물관은 있다. 하지만 ‘진짜 똥’을 전시하지는 않는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미래의 전시물(?)과 헤어지자 가벼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시체는 그래도 인간이었던 존재이고 똥은 그저 인간 안에 머물다가 뿌려지는 존재라서 그런가? 죽어서도 인간은 인간이며 똥은 그냥 더러운 똥이다.
나의 부분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스핑크스가 털 고르기를 하며 다시 묻는다. 그러고 보면 '나'였다가 떨어져 나간 것들을 우리는 더럽다고 여기는 것 같다. 침, 손톱, 털 등 사실 나를 위해 존재했던 것인데 떨어져 나오면 더럽다고 비하한다. 물론 더럽기도 하고 고귀하기도 하고 나를 뛰어넘기도 하는 ‘말’이라는 특이한 존재도 있긴 하다.
최근에 나의 일부분이 떨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준비한 강의를 마친 뒤에 좋은 분위기에서 수업 나눔을 실천했다. 그런데 모든 일정을 마치는 마지막에 한 선생님께서 얼굴을 붉히며 나를 비난했다. 내내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선생님이었다. 그분의 말씀은 어떻게 경쟁 놀이를 조장하느냐는 말이었다. 누구나 아는 경쟁의 폐해를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순식간에 생각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전락하였다. 설마 나라고 그런 고민조차 없었겠는가! 아이용 보드게임에 있는 규칙을 변형하여 수업에 적용한 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내가 반응할수록 상황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생각을 바꿨다. ‘이 놀이는 선생님이 생각했을 때 지나치게 경쟁적이라고 생각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고 학생들에게 문제를 던지고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참여했던 다른 선생님들은 강의가 좋았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내 속마음은 끓어올랐다.
비판과 비난의 공통점은 상대방의 일부를 떼는 행위이다. 차이점은 비판은 떼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존중하지만 비난은 뗀 부분이 너의 전체라고 깎아내린다. 내가 그 선생님의 말씀을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여긴 건 그의 말을 긍정하는 순간 난 수준 낮은 교사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난 그렇게 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사실 상대가 비난했어도 스스로 ‘그 부분은 나의 전체가 아니다’라고 나를 달랬어야 했다. 넓은 마음으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다음에는 좀 더 그 부분에 신경을 쓰자.’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기까지 난 꼬박 하루가 걸렸다.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스핑크스가 등을 두들겨준다. 발톱 세우지 마. 아프다.
일부의 나는 내가 될 수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실이다. 내 부분의 총합은 절대 내가 될 수 없다.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어도 그건 내 부분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 ‘나’라는 전체가 상처 받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전체의 내가 각각의 부분으로 될 수도 없다. 내가 머리카락이나 손톱 심지어 똥일 수는 없는 거다. 따라서 나를 어떤 ‘부분’만 되길 바라는 강요 또한 따를 필요가 없다. 물론 전체든 부분이든 내가 책임을 질 일이 생겼다면 그건 내가 풀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부정하는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남을 나의 일부로 착각한다. 그래서 나의 기준에서 바라보고 나한테 떨어져 나간 남을 비하하게 된다. 만약 남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다면 남을 내 일부로 취급했다는 의미이니 남을 책임져야 하고, 남을 있는 그대로 존중했다면 그 사람을 비난할 리가 없다. 상대방을 못마땅하고 지저분하게 여겼다면 내 손톱, 머리카락 수준으로 생각한 거겠지만 명백한 사실은 당신이야말로 상대방이 치워야 할 똥일 뿐이다. 뿌직!
비난은 상대방의 일부를 떼어서 이게 더럽고
이건 바로 너의 전체라고 주장하는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