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제4화. 순수의 힘

진짜 어른이 되려면 순수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by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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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과 달리 교사가 받는 직업적인 축복을 단 하나만 고르라면 난 주저 없이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과 미소라고 답하고 싶다. 아이들이 뿜어내는 비타민 A, B, C, D를 매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건 교직을 시작하는 첫해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진심이다. 온몸이 해맑은 에너지로 코팅되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오늘도 학교에서 아이들의 순수한 힘을 이어받았다. 보고만 있어도 숲 속에서 피톤치드를 잔뜩 들이킨 기분이다. 어느덧 하교시간이다. 곁에 있던 스핑크스가 앞발을 들어 현우를 가리켰다. 현우는 집에 갈 때 작별인사로 ‘안녕히 계세요’ 대신 ‘안녕하세요’를 말하는 아이였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자주하는 인사가 ‘안녕하세요’이니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특히 한 가지를 배우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까지 결합하면 고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등・하교 인사 영상을 보여주거나 하교 인사를 할 때마다 내가 ‘안녕히’라고 말하면 ‘계세요’를 아이가 말하도록 했다. 지금은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잘하고 있다. 2년 가까이 걸렸지만 볼 때마다 뿌듯하다.





현우가 내게 선물해주는 치유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인사를 마친 아이는 두세 걸음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고 손을 흔든다. 나도 웃으며 흔들어줬다. 그러면 또 몇 걸음 걷다가 뒤를 돌아서 손을 흔든다. 나도 웃으며 흔들어준다. 이 행동을 내 모습이 사라져서 안 보일 때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숨어있던 나의 어린이도 고개를 내밀어 인사한다. 스핑크스도 손을 흔들다가 내게 묻는다.



순수가 뭐야?


순수純粹는 온전하고 깨끗한 상태 즉, 아무것도 섞임이 없다는 뜻이다. 아이는 순수와 순진이 섞여 있는 존재이다. 순수와 순진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순진은 옳고 그름을 모른 채 기준 없이 깨끗함을 뜻한다면 순수는 올바른 판단 기준에 의한 깨끗함을 말한다. 요즘 순수는 자라면서 버려야 할 귀찮은 가치가 되어버렸다. 순수함을 지니면 나만 상처 받는다며 밤처럼 가시 속에 숨긴다. 경제적인 가치가 최우선이 되는 세상에서 순수한 마음은 나만 손해 보는 어리석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랬던가? 돌이켜보면 결국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힘은 ‘순수한 마음’이었다. 3.1 운동, IMF 금 모으기 운동, 태안 기름 제거 봉사 등등 잠시만 생각해도 여러 개가 떠올랐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는 ‘순수’가 담겨있다.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다시 나를 세워라>의 저자 존 B. 아이조는 순수에 관한 이렇게 말했다.

"순수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의지다."




순수함을 잃는다는 것은 희망과 의지를 잊는 행위와도 같다. 반대로 희망이 없어서 힘들고 의지를 잃어서 괴롭다면 그것은 순수했던 나를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함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결국, 진짜 어른은 섞인 기름과 물처럼 순수와 순진을 정제하여 순수함만 남기는 노력으로 되는 것이다. 나는 순수한 어른이 되고 싶다. 순진했던 내가 순수할 나를 찾는 미래를 꿈꾼다. 스핑크스가 한마디를 한다. “우선, 잘 씻기나 해.”





꿈을 이루어도 순수함을 잃으면 오래갈 수 없다. 순수함과 꿈과 이상은 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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