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다|여자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메마른 남자의 사랑 실천기

by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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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아내와 잔잔한 노래에 취했다.

문득 옷을 벗지 못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꼭 안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드라마 볼 때 말고 운 적이 없는 아내가 울었다.

정말 펑펑 울었다.

나의 마음은 초원에서 하이에나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당황스러웠지만,

느긋하게 낮잠을 자려는 사자처럼 태연히 등을 두드려주었다.





부러웠던 포옹 노하우>

누군가 먼저 일어나 있더라도 상대방이 눈뜨고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침대로 달려간다.
대략 15분 정도를 그러고 있는다.
안고 있는 동안 밤새 무슨 꿈을 꾸었는지, 오늘은 무슨 일을 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 15분이 우리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사랑한다면 왜> -김은덕 백종민


맞벌이 부부에게 '아침 15분 포옹'은 난이도 상이라 포기했다.

흥! 꼭 아침에만 하라는 법이 있던가?

대신 퇴근 후에 '저녁 15분 포옹'을 습관으로 갖겠다.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이하여 확정한 올해의 가정 헌법이다.



나의 포옹 노하우>

연애 시절 만날 때마다 하던 독특한 인사가 있었다.
바로 포옹이었다.
주변인이 보아도 '오랜만에 만난 연인인가 보다' 정도로 여길 수 있어서 좋은 인사법이 되었다.
짧은 연애 끝에 결혼까지 가는 중요한 표현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허그 테라피: 포옹은 신체로 표현할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언어다.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이수경






조금 진정된 뒤에 아내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도 몰랐던 감정을 알아채고 위해주는 마음에 감동받았어.



아... 내가 그랬구나.

나도 모르는 내가 대견스러웠다.

얻어걸리기는 했지만, 아내에게 버팀목이 됐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조금 성장했다.








예전의 두 가지 일이 생각났다.



#1

군 시절이었다.

주말에 성당에서 초코파이를 먹으며 수녀님이 하는 말씀을 들었다.

"남자와 여자는 먹고사는 게 달라요. 남자는 무엇을 먹고 살까요?"

모두가 초코파이 때문에 열심히 답을 던졌지만 아무도 맞출 수 없었다.

수녀님은 빙긋 웃으시면 말씀하셨다.

"남자는 칭찬을 먹고 살아요."

어릴 때부터 잉꼬부부를 꿈꾸던 나는 애초에 여자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만 궁금했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어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내성적인 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수녀님을 기다렸다가 찾아갔다.






"수녀님, 궁금한 게 있어서 왔습니다."

"뭐가 궁금할까요?"

"여자는 무엇을 먹고 살까요?"

수녀님은 초롱초롱한 나의 눈빛을 보더니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난 비밀스러운 사랑의 힘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여자는 감동을 먹고 살아요.






#2

연애 시절이다.

친구와 술 한잔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

친구 녀석은 나를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씩 웃으며 한마디를 더 했다.



감동으로 울릴 거야


아직도 난 그 말을 잊지 않았다.






감동은 디폴트를 넘어야 이루어지는 기적이다.

-메마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