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다|우리 이제 닮을까요?

메마른 남자의 사랑 실천기

by 반창고
우리 이제 닮을까요.png





닮는 것은 닳는 것이다.

닳은 청바지처럼

닳은 구두처럼

이보다 편한 것은 없다.

나의 일부가 마모되고 상대를 받아들인다.

그 영역은 말초적인 식성부터 가치관까지 다양하다.

닮는 것은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행위가 아닐까?






사회심리학자 제이욘스(Robert Zajonc)는 부부가 닮아서 결혼한 게 아니라고 믿고 연구를 시작했다.

제이욘스 연구팀은 1년 차 부부의 사진과 25년 차 부부의 사진을 근거로 비교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25년 차 부부의 얼굴에서 큰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이욘스는 부부가 닮는 결정적인 이유를 이렇게 주장했다.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부부는 같은 정서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정서에 같은 반응을 표현하다 보면 결국 닮은 외모를 갖기 마련입니다."


물론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는 연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닮은꼴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연구는 정말 많다.

다만, 제이욘스의 연구는 시작점이 다르다.

닮는 것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민성원, 이계안의 <학교가 알려주지 않는 세상의 진실>을 보면 비빔밥형 사고와 샐러드형 사고가 나온다.

비빔밥형 사고는 원재료의 맛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섞인 새로운 맛이 되는 것을 말한다.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샐러드형 사고는 섞여 있지만, 각각의 원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것을 말한다.

구성원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이 유지되어 하나의 음식이 된다.

어쩌면 사랑으로 얽힌 남녀는 비빕밥형과 샐러드형의 두 가지 맛을 가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비빔밥처럼 열정적으로 섞여서 또 다른 차원의 맛으로 닮아가고 나중에는 샐러드처럼 나의 원재료를 살리며 하나로 어우러진다.

시작이 샐러드형이든 비빔밥형이든 상관없이 사랑하면 닮게 된다.






제이욘스가 주장했던 내용 중에서 한 문장이 내 가슴에 달라붙는다.

'오래 함께 살면 같은 정서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연인과 '오래 살면' 닮는 게 아니라

연인과 '같은 정서'를 '오래' 공유해야 닮게 된다는 뜻으로 읽혔다.

남들이 닮았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좋은 덕담은 없다.





부부는 다름에서 인연이 되어 같음을 창조하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