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프랑스 Nice, France
첫 여행 에든버러가 생각보다 추웠나 본지 우리 아들은 런던에 돌아온 후 코감기로 몇 주간 고생을 하였다. 뼈아픈 기억을 충고로, 날씨가 온화한 나라를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지로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정한 첫 국가는 프랑스 남부, 니스. 남부지방은 처음이기도 했고, 어두침침한 영국에 살면서 드디어 오전 내내 해를 볼 생각에 두근거렸다. 하지만 두근거림은 아직 사치일까, 공항까지의 길을 지루해하는 아기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결국 작은 캐리어 위에 태워주니 만족해했다. 아가는 아기이자, 왕이자, 대장이다.
시내에 도착하니 늦은 밤, 아기는 벌써 잠들어 있었고, 우리 부부도 너무나도 지쳤었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있길래 길을 물어봤더니 중간에 정차해서 내려 표를 발권하면 된다고 들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냥 원래 타던 기차를 탔었으면 시내까지 편하게 이어서 갈 수 있었을 텐데, 중간에 내려 버스를 기다리고 또 숙소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목적지에 내려 몇 분 걷다 보니 굉장히 큰 광장 Massena square 이 보였다. 바닥이 꼭 체스판 같은 광장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동상들이 눈을 사로잡았는데, 성인 남자들이 기다란 기둥 위에 앉아있어 같이 다른 색으로 광장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조형물은 스페인 조각가가 만든 니스의 대화 Conversation a Nice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해변으로 갈 때 광장을 매번 지나쳤기에 이 조형물을 매번 지나가면서 보았는데, 독특하면서도 낮과 밤에 주는 다른 매력이 눈길이 가게 만들었다.
밤도 늦었기에, 숙소를 찾는데 급급했던 우리는 미로 같은 숙소를 드디어 찾아냈고, 무시무시한 가파른 계단을 지나 숙소에 들어가니 웬걸, 한 사람이 생활하기에도 좁은 숙소였던 것이다. 객실의 크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위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을까, 숙소를 보자마자 절망스러웠다. 그래도 숙소 크기만 한 테라스가 있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방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화장실 냄새가 조금 풍겼기 때문에 먹기 부담스러웠고, 대안으로 테라스에서 늦은 저녁으로 우버이츠 배달을 시키기로 하였다. 한국에 쿠팡이츠가 있다면 유럽엔 우버이츠가 있다. 이 햄버거가 내 영국생활에서 먹은 햄버거 중 제일 맛있었던 햄버거라고 자부할 수 있다. Warrior burger라는 곳이었는데, 큼직한 햄버거 2개에 감자튀김, 콜라까지 17유로로 꽤나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식었는데도 좌르르 흐르는 육즙이 이때까지의 피로와 절망감을 한꺼번에 녹여주었다.
아기를 데리고 유명 관광지를 다 보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이전 여행에서 깨달았기에, 하루에 한 두 군데만 여행하는 것으로 하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날은 해변을 일단 충분히 즐기고, 이후에는 아기 컨디션에 맞추어 여행지를 정하기로 하였다. 해변으로 가기 전, 근처 브런치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여기조차도 맛있고 양이 꽤나 많은 것이다. 물론 전날 먹었던 햄버거를 절대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런던에 살다가 오니 모든 음식들이 정말 맛있고 저렴했다. 사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말을 체감하게 된다.
해변은 나로선 그렇게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지중해의 진주라는 명성에 걸맞은 느낌을 기대했으나, 개인적 취향이 아니었나 보다. 나는 겨울보다는 여름의 해변가를 선호하는 편인데, 인파로 몰린 해변가가 더 풍만한 느낌을 가져다주고,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갔던 계절은 성수기가 아니었기에, 우아하지만 쓸쓸한 느낌이 더 몰려왔다. 청량함이 조금 느껴지긴 하나, 파라솔이 드문 보여 완벽한 여름이다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고, 날씨조차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추워 늦여름~초가을에 가까웠다.
오히려 해변보다 더 눈길이 갔던 곳은 도시 한가운데 있었던 크나큰 놀이터였다. 런던에 살고,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매우 관대하고, 아이 친화적인 공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 놀이터 역시도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데에 한몫한 것 같다. 놀이터에 정말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덕분에 우리 아가도 어우러져 같이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엔 공놀이하는 부자 옆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구경하기에, 집까지 돌아오는데 애를 먹었다. 남자애기라 그런가, 어려서부터 차, 공에 매우 관심이 많다.
프랑스 하면 와인이지! 하고 와인샵에 들러 산 로제와인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아기를 재우고 음미하는 모든 음식 와 주류들이 맛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맥주가 우리 부부의 입맛에 맞나 보다. 내가 영국에 온 직후, 술에 대해 공부해 보자는 나의 제안에 남편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한 두어 번 공부했나, 다시 찾아보지 않고 그냥 마시기 시작했다. 학문에 대한 공부로 벅찬 우리에게 다른 세계의 공부까지 하는 것은 아직 사치인가 보다.
LU 과자라고 비스킷 위에 초콜릿을 얹은 프랑스 브랜드 과자가 있는데,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그런 맛이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니, 영국 마트에도 이 과자를 팔길래 런던으로 돌아온 후에도 몇 주간은 이 과자를 사 먹었다.
음식에 있어서는 하나의 것을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에든버러에서 먹었던 전통음식 하기스가 꽤나 괜찮았기에 니스에서도 전통음식인 소카 Socca, 라타뚜이 Ratatouille를 먹어보기로 하였다. 요즘 시대에는 한국에서도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서 그런지 꽤나 익숙한 맛이었고, 우리 아가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로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았다.
니스는 나에게는 미식의 도시이다. 나와 남편의 미각이 훌룡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항에서 먹었던 샌드위치조차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고, 남편의 말로는 공항에서 먹었던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고 하니, 나 역시도 그랬다. 프랑스 바게트와 치즈, 그리고 햄의 조화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단순함 속에 미묘함이 있었다.
남편이 쓰는 작은 팁과 느낀 점
- 국제선을 탈 때는 1시간 반정도 전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니스는 걸어서 다니기에 충분한 크기의 관광지였다.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하다 보니 날씨가 좋은 곳과 교통수단이 최소화된 곳으로 고르는 게 최우선시되었다. 니스의 경우 호텔들은 기차역 주변에 있고, 우리 숙소는 에어비엔비의 일종이었다. 그래서 관광지의 접근성이 매우 좋았고, 공항까지도 한 번에 지하철이 운행해서 편리하였다. 그런데 가정집이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어린아이와 여행할 때는 호텔과 같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고려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때까지는 아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여서 식당의 음식을 평가하기는 부족하다. 다만 니스 자체는 아름다운 바다가 탁 펼쳐 저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고, 아들도 에든버러를 여행할 때보다는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이었다. 이때를 교훈 삼아 우리는 먹고, 자고 등이 한 번에 해결되거나 차로 이동하는 방법을 고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