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숙명(宿命)

by 임 경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선 나무는

아무 욕심이 없습니다.


가녀린 코스모스가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더라도

아름답게 꽃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여린 가지로 꽃대를 세우며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초연히 맞이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선 나무는,

추우면 추운 대로

마음이 얼면 어는 대로

욕심 없이 하늘을 바라봅니다.


때가 되면 피부의 각질을 탈각시키듯,

때가 되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가장 낮은 대지 위에

무게를 떨구며

고르기를 합니다.


나무는 홀로 있어도

스스로 족합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우러러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으면

스스로 맑은 부자로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고독이

숙명(宿命)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또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을 주지만,


나무는 계산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며

불평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말갛게 씻긴 얼굴로

파란 하늘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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