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각질

by 임 경


시간 속에 채워지는 것이 있고

시간 속에 비워지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때로는 미움이 일어납니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미움이라는 감정은 때론 낯설기만 합니다.


여리고 보송보송한 살갗에

더플더플 군더더기가 일어날 때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

때때로 성가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보호되고 유지되기 위해

미움도 그때그때 떨쳐내야 하는

각질과 같다고 시간이 귀띔해 줍니다.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친구,

함께 동행하는 관계에서

부지불식간 일어나는 미움이란 감정은

건강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위해

27일 주기로 탈각되는 각질처럼,


오랜 관계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순환되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미움이라는 것을 시간이 가르쳐 줍니다.


미움이란 감정 또한 사랑의 본질입니다.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사랑한다면,

서로 기대를 낮추고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감정선의 이탈을

따듯하게 보듬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