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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르메 Apr 27. 2023

10일 차_비움과 정리정돈은 한 몸이다.

30일 비움 프로젝트


비움 하려고 했던 북앤드가 신발장 속으로 들어갔다.

신발장엔 커피캐리어와 북앤드가 사이좋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신발장 속의 신발들은 커피 캐리어의 도움을 받았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별거 아닌 삶의 지혜를 떠올리는 순간이다. 겹겹이 쌓여 있는 신발들을 커피캐리어로 가지런히 정리했다.  그동안 커피가게에 쓴 경제적 지출이 얼마인가. 커피 캐리어를 재활용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아봤다.


신발을 정리하니 마치 2층 건물처럼 한 칸에 2켤레씩 넣을 수 있었다. 공간이 넓어지니 남는 공간이 생겼다. 층을 쌓아 2켤레씩 놓여있던 신발장을 스캔했다. 소중한 신발들은 다시 1층으로 내려 보냈다. 사용 횟수가 현저히 낮은 신발들은 1차 분리수거를 통해 빼냈지만, 4인 가족의 신발장은 여전히 꽉꽉 차 있었다. 제 역할을 부여받은 신발들은 분리수거행이 아니라 정리정돈을 해야 했다. 꽉 차 있는 신발들처럼 머릿속에는 [비움을 통한 효율적인 정리정돈의 방법들]이라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생각이 넘쳐 마비되기 전에 잠시 멈추어야 했다.


“그래, 신발장 정리는 일단 여기까지 하자”




비움 하려고 내놓은 물건들을 한 방에 모아놨다.

나눔이 어려운, 반드시 분리수거해야 하는 비움 물품들은 제외다. 그런데 비움을 하며 깨닫는다. 반드시 분리수거를 해야 할 만큼 상태가 최악인 비움 물품은 잘 없다는 걸. 유통기한이 아직 남아있는데 비움을 위해 우리 집 밖을 나서는 물건들을 보며 다음번 쇼핑목록에서 한 가지를 지운다.


비움을 하기 전엔 몰랐던 공간이 생기고, 효과적인 동선이 나왔다. 비움 하려는 물건들이 한 방에 있다 보니 어떤 것들이 비우는 물건들인지 확인하기 쉽고, 그 물건들 중에 정리정돈에 쓰일 수 있는 것들이 없을까 하고 살피게 되었다.


그러다 눈이 반짝. 북앤드가 눈에 들어왔다.


’ 북앤드를 신발장에 넣지 말라는 법 없지 않을까?‘


‘휘청 거리는 신발들을 세워주고 싶었는데, 그런 일은 북앤드가 전문이지.‘


‘이 언니가 너를 소생시켜 주리라’


내가 사들인 물건엔 내가 들인 비용과 시간과 추억이 담겨있다. 내 물건에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비움 프로젝트를 통해 소비활동의 기준을 높인다.


오늘의 발견 :

소소한 정리 정돈 능력을 발견,개발함으로써

하루의 자존감을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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