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과 입학을 제안한 학교에 최종적으로 포기 연락을 보냈다. 친구들 중에는 비자문제도 있었으니 defer신청하는 쪽으로 이야기한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이 유학판에서 내려오길 선택했다. 힘든 시기라서 오히려 박사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교수님들도 가는 것을 추천하셨기 때문에 잘 한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박사유학을 포기한 나만의 이유가 있다.
1. 박사에게도 취준이 필요하다
박사가 되어도 다시 포닥 자리와 취준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한다. 한국의 박사가 금전적으로는 미국보다 부족할 수 있으나, 그 시기동안 국내 아카데미와 관련 분야에 네트워킹을 쌓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다음 스텝을 밟기 조금이라도 더 용이할 수 있다. 그리고 박사가 되면 회사들에서도 박사 연봉을 맞춰주어야 하니 쉽게 뽑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석사로도 왜 석사까지 했는데 여기 지원하셨죠? 이야기를 듣는데, 박사라면 어떨지 안 봐도 예상이 된다.
2. 박사가 많아진다
다 같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박사 유학자들도 좀 늘어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 남는 것은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필요하고, 한국으로 리턴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박사급 일자리가 부족한 나라로 알고 있다. 부족한 박사자리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박사 학위가 있으면 학위를 포기하는 연봉을 받고 싶어도 회사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 심신이 지쳤다
박사 과정을 준비하면서 저널에 제출하고 리젝 당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많이 지쳤다는 걸 발견했다. 끊임없이 내가 작아지는 걸 느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연구라는 과정이 이전에는 재미있었다면 지치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사교적인 인간인 나는 지인들과 커피 한 잔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힘들었다. 정기적 수입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4. 높아지는 미국의 물가
미국의 렌트비와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은 미국에서 돈을 아껴서 잘 살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딜 가나 돌발상황은 발생할 수 있으며 건강 문제인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경우 결국 모아둔 돈을 깨거나 가족들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이런 사유들로 나는 결국 석박사 유학을 포기했다. 한국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취직을 했고, 바뀐 내 직무의 미래가 어떨지 모르지만 초반이라서인지 적성에는 맞게 느껴진다. 일을 하고 정기적인 수입을 가지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비록 박사 유학은 못 갔지만 그걸 준비하면서 키운 영어 성적과 스펙이 약간은 연관되어 있어서 준비했던 모든 것이 쓸모없게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열심히 한 부분들이 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박사유학을 포기하면서 내 미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