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미역국에는 성게가 아주 조금 들어간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by 레마누

결혼하기 전에 친정집으로 처음 남편을 데리고 간 날 엄마는 성게미역국을 끓였다. 제주에서도 성게국은 비싸서 손님이 오거나 큰일이 있을 때만 먹곤 하는데 엄마는 큰 딸이 남자를 집에 데려온 게 처음이라며 아껴두었던 냉동실의 성게를 꺼낸 것이다. 동네서도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엄마의 필사기는 성게국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날 성게미역국은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더 맛있게 해 주고 싶어서 성게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나와 아빠는 짜서 도저히 못 먹겠다며 국그릇을 밀어냈다. 엄마가 당황하며

"그렇게 짜?"물었다.

"엄마가 한번 먹어봐."

"좀 짜긴 짜네."맛을 본 엄마가 인정했다. 엄마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빠는 간 하나 딱딱 못 맞추냐며 핀잔을 줬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아까운 성게만 버리게 됐다며 궁시렁댔다. 그때 내 옆에 앉은 남자가 조용히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심지어 엄마가 활짝 웃으며 조금 더 줄까? 말했더니 이 남자는”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오빠건 안 짠가? 이걸 더 먹는다고?

"우리 김서방 성게국 좋아하는구나 "

엄마가 다시 뜨고 온 국그릇에는 성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날 남자는 말없이 바닷물에서 금방 나온 것 같은 성게국을 두 그릇을 먹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예비사위는 흔쾌히 결혼승낙을 받았고, 엄마는 결혼 후 내가 힘들다고 징징댈 때마다 남편의 변호인을 자처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남편은 그날 먹은 성게국이 정말 짰다고 말했다. 처음 먹을 때 헉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자기까지 안 먹으면 어머님이 민망할 것 같아서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두 번 갖다 줄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나는 오빠 국은 안 짠 줄 알았어"



요리를 할 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정해진 양이 있다. 좋다고 해서 많이 넣으면 어울리지 못하고 실패한 음식이 된다.

먹을 것이 지천에 널린 요즘이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모든 사람들이 반의사, 약사가 되어 서로의 지식을 뽐내며 몸에 좋은 것들만 먹으려 한다.

영양제 먹고 삼시세끼 다 챙겨 먹으면서 속이 더부룩하다고 소화제를 찾는다.

나이가 들면 신체기능도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걸 되돌린다고 발버둥을 친다.

성게미역국에 들어가는 성게의 양은 전체에 비해 매우 적다.

적은 양으로도 제 할 일을 충분히 해내는 성게처럼 정량의 삶을 생각한다.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딱 내게 맞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남편은 성게국을 먹을 때마다 그때 일을 꺼낸다. 우리 엄마는 귀 간지러워서 어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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