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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Feb 22. 2024

표현의 기술

글 유시민, 만화 정훈이

한동안 뭘 써야 할지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막상 쓰고 보면 그게 아닌 거 같아 지우고 또 지웠다.내가 뭘 쓰고 싶은지 정확하게 모른 상태에서 순간 떠오른 생각하나를 잡고 글을 쓴다. 설계없이 집을 짓듯이 대책없이 오로지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써야 한다는 생각에 급급하다. 이런 글은 쓸때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다 쓰고 나서 보면 유치원생의 그림처럼 난해하고 어렵다. 



좋은 글이란 읽기 쉬운 문장으로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으면 분명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읽힌다. 잘 읽힌다. 이해가 안 될 때 여러 번 읽기도 하지만 일단은 문장이 쉽고 간결하면서 정확하다. 그런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글쓰기로 마음먹은 후 글쓰기 책을 서른 권 읽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배경지식을 모두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어떤 책은 도움이 됐고, 어떤 책은 그냥 그랬다. 글쓰기 책을 읽기 시작한지 일 년이 조금 지났다. 



소설과 인문학, 철학분야의 책을 좋아한다. 글쓰기책을 읽기 시작한 건 순전히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썼다. 쓰면 되는 줄 알고 매일 열심히 썼다. 그리고 좌절했다.



멋진 글을 쓰려고 각을 잡다 보니 쓰는 것도 재미없고 쓴 글도 이상했다. 잔뜩 멋을 부린 여고생처럼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글을 썼다. 



지금은?  하고 싶은 말,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쓴다. 사회문제, 인류의 미래, 세대간갈등.. 그런 거창하고 어려운 문제는 어차피 못 쓴다. 그럴 깜냥이 아니다. 나는 내가 잘 하는 것, 잘 아는 것을 쓰기로 했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듯, 동생에게 남편흉을 보듯 그렇게 쓰고 있다. 여기에 <표현의 기술>에서 배운 기술 하나 살짝 얹어 놓으며...




표현의 기술은 유시민작가와 정훈이 만화가의 합동작품이다.

작가가 <유시민 글쓰기 특강>을 내고 강연을 하면서 혹은 온라인 상담실에서 주고받은 질문들을 정리하고 내용을 보탰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부딪치는 문제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다. 같은 주제를 만화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고 싶은 말은 작가나 만화가나 똑같다. 다만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본문 中)


작가는 이 책에서 글을 왜 쓰는지 자신이 원하는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를 말한다. 


그리고 악플에 대하는 작가만의 방식과 어떤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를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직접 쓴 자기소개서를 보여주며 상황에 따라 같은 인물이라도 소개법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좋은 글이란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글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기답게 표현하며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라.

표현의 기술은 자유롭게 자신 있는 내면을 표현하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본문 中)



         

이 책은 글쓰기의 방법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올바른 독서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용하고 훌륭한 내용을 깔끔하고 개성 있는 문장으로 쓰려고 애씁니다

나는 글을 쓸 때 제일 먼저 주제를 확실하게 정합니다사람들의 관심이 많은지 여부보다쓸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지 여부를 먼저 생각합니다.

독자가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으면 남이 쓴 글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독서의 효과를 높이려면 글쓴이에게 최대한 감정을 이입한 상태로 글을 읽어야 합니다.

책을 많이 빠르게 읽으려 하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책 속으로 들어가 글쓴이가 전해 주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평에는 책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비평하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을 담아야 합니다

책 자체를 충실하게 압축 소개하는 데서 시작하세요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읽은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잘 쓰든 아니든일단 무엇이든 쓰면 칭찬해 주세요.(본문 中)



우리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혹은 글 잘 쓰는 사람을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직장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학생들이 쓰는 자기소개서 작성처럼 실용적인 글쓰기부터 소설이나 에세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톡이나 문자,  밴드에 올리는 글까지 포함하면 일상 속 글쓰기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문자를 잘못 보내고 전전긍긍했던 사람은 알 것이다. 조사 하나가, 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갖는지. 예전에는 말로 전했던 많은 것들이 글로 전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확한 의미 전달이 필요하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나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펑펑 울고 나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글을 쓰고 싶다.


그 글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인가? 

자신 없다. 글이 가볍고 붕붕 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숨기거나 지나치게 드러낸다. 적절하게 치고 빠지지 못한다. 슬픈 글에는 마음이 먼저 앞서 나간다. 이래도 안 울어? 강요하는 글이다. 나만 아는 글을 써 놓고, 반응이 없다며 좌절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시키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 내려 가는 경우가 많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글을 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상대방을 감동시키기 위해 내가 울 필요는 없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서두르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자가 돼야 한다. 나는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글을 쓴다. 글을 읽고, 독자가 웃고 운다. 김소월의 산유화처럼 '저만치 혼자서 ' 쓰고 싶다. 문제는 내가 오지라퍼에 감정이입을 밥먹듯이 하는 극 F형인간이라는 것이다. 냉정, 논리, 객관적 시선... 이런 단어들만 나오면 약해진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글 속에 들어가 버린다. 글을 쓰며 펑펑 울었던 적이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먼저 슬퍼서 쓰는 글은 독자에게 닿지 않는 슬픔이다. 훌륭한 개그맨은 자신은 웃지 많으면서,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이어서 읽으면 좋다. 매끄럽고 좋은 문장들과 재미있는 만화들이 섞여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엄마들이 먼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독후감을 잘 쓰게 하는 법을 읽으며,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음.. 약간 오잉? 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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