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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Jun 14. 2024

중학교 공개수업 참관기


요즘 맘카페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 중 하나는 학교 공개수업에 가시나요? 다. 친절한 사람은 작년에 자신이 갔을 때의 상황과 올해 갈지 안 갈지를 상세하게 답한다. 약간 삐딱한 시선을 가진 사람은 요즘 누가 학교 공개수업에 가느냐.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고 썼다. 아이들에게 물어봐서 오라고 하면 가고, 오지 말라고 하면 가지 말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오늘 큰 아이의 공개수업에 참가했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은 신청서를 내밀며 엄마가 온다고 하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담임선생님 얼굴도 볼 겸 딸이 학교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신청했는데, 반에서 두 명밖에 안 온다는 말을 듣고 후회를 잠깐 했다.



그러다 1명이면 어떠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부모님을 초대해서 공개수업을 하는데, 시간 되고 궁금하면 가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신청하진 않았지만 마침 시간이 났다는 어머님까지 세 명이 앉아서 수업을 참관했다.



큰 딸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뒤에 앉았다. 딸의 친구들이 수업 도중에 힐끗거리며 돌아봤다. 나를 보는 건지 딸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 딸의 뒷모습을 보는데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열가닥 정도 땋은 머리가 보였다.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친구들이 엄마가 온다며 특별히 예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딸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는 선생님. 수학시간인데 아이들은 집중하는 것 같다가 엉뚱한 질문을 했고, 선생님은 이를 수학과 연결시켜 현명하게 답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분위기가 떠올랐다. 수업 도중에 이상한 질문 했다고 삼각자를 던졌던 수학선생님 잘 살고 계시죠? 민첩하게 피해서 망정이지 눈앞에서 자가 날아와서 저 정말 놀랐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수학을 포기했던 것이.


비겁한 변명인 줄 알지만, 수학하면 그 선생님만 생각나서 공부하기 싫었다. 이름도 기억한다. 





5교시 수학수업에 이어 6교시 체육수업을 참관했다. 담임선생님 시간이었다. 선생님께 눈인사하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갔다. 지붕을 가린 스탠드에는 적당한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따랐고, 최선을 다했으며 여중생 특유의 깔깔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친구가 공을 놓쳐도 잘못 던져도 잘 잡아도 소리를 질렀다. 마치 큰소리로 말하기로 작정한 아이들처럼 마음껏 소리 지르고 크게 웃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공개수업에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궁금한 것도 있지만 사실 내가 학교에 가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우리 때도 부모님이 학교에 오는 일이 많았는데, 엄마는 한 번도 학교에 온 적이 없었다. 공개수업에도, 운동회 때도 입학식이나 졸업식은 기대도 안 했다. 나는 학교가 끝났을 때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친구들의 엄마가 부러웠다. 교실 뒤에 서서 다정하게 웃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 발표도 잘하고 대답도 제일 크게 하는데 엄마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들의 공개수업에는 꼭 참석해서 아이들을 응원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들의 생활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인 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 집에서 착하고 얌전한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말은 하고 있을까 항상 궁금했다. 동생들에게 하듯이 무뚝뚝하게 굴면 요즘 아이들은 싫어할 텐데 우려도 있었다. 한두 시간 본다고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위기파악 정도는 할 수 있다. 큰 딸은 초등학교 때보다 중학교를 더 좋아한다.



 저녁에 학교에서 찍어 온 영상을 남편과 함께 봤다.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큰 딸을 불러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딸이 어깨를 으쓱하며 제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에게 학교 얘기를 자주 한다. 아이들을 대할 때면 지극히 20세기형 인간이 되는 남편은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대할 때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기본이 똑같다는 말은 맞지만, 우리 때와 지금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아이들을 대할 때는 까먹는 경우가 많다. 남편에게 오늘 수업시간에 대한 얘기를 해 준다.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아이들과 존댓말을 쓰는 선생님, 발표하겠다고 서로 손을 드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불러주는 선생님. 우리 때도 인기 많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이 좋았다. 


 


큰 딸이 왜 수학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수업 마지막에 선생님이 패널을 돌렸는데 글자가 하나씩 드러났다. 3. 반. 최. 고.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선생님은 사랑해라는 말을 끝으로 수업을 마쳤다.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집에 온 딸에게 내년에도 가냐고 물었더니 엄마, 맘대로라고 한다. 싫어. 오지 마. 할 때까지 부지런히 다녀야지. 오늘 더 예쁜 우리 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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