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분좋은 상상

김칫국마시는 게 특기입니다.^^

by 레마누



사회자 : 안녕하세요. 작가님. 처음 뵙겠습니다. 먼저 25년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레마누 :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회자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바쁘시죠?

레마누 : (살짝 웃으며) 네. 저번 달에 단편소설집이 나왔고요. 이번 달에 동화 두 편이 공모전에 입상해서

시상식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사회자 : 예상은 했지만, 정말 바쁘시네요. 단편소설집은 브런치북에서 수상한 작품집을 말씀하시는 거죠?

레마누 : 네. 25년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했던 소설 <당신의 안녕> 이 당선돼서 단편집으로 나왔습니다.

사회자 : 레마누작가님하면 브런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처음 브런치를 시작한 시기와 계기가 궁금합니다.



레마누 : 브런치는 23년 4월 13일에 작가가 됐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그날이 남편 생일이라 기억합니다.

사회자 :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건가요?

레마누 : (웃으며) 아니에요. 저 세 번 떨어지고 네 번만에 됐어요.

사회자 : (눈을 크게 뜨며 격앙된 목소리로) 정말요? 작가님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니 놀랍네요.



레마누 : 블로그에서 일상글을 써서 올렸는데 이웃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중 한 분이 제 글은 블로그보다 브런치에 어울린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자신 있게 도전했는데, 실패했다는 메일을 받고 얼마나 충격이던지 몰라요.



다른 작가들은 한 번에 된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회의감에 빠져서 한동안 힘들었어요. 두 번째 떨어졌을 때는 오기가 생겼고요. 그래서 브런치에서 원하는 글은 어떤 건가 공부하며 맞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알게 됐죠.



사회자 : 작가님이 네 번째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 자리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레마누 :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때의 좌절감이 떠오르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장래희망에 '소설가'라고 적었는데요. 그 후로 제 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소설을 쓰지 않는 소설가였어요. 마음속으론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소설가라는 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어요. 그때 브런치가 제게 소설가라는 꿈을 일깨워준 좋은 자극제가 되었답니다.



사회자 : 브런치에서의 활약이 대단한데요. 그럼 작가님은 브런치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레마누 : 처음엔 저도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이 뭔지도 모르고, 구별도 못 해서 매일 글만 주야장천 올렸어요.


그러다 구독자 수가 조금씩 늘어가면서 브런치북 연재라는 것을 알게 됐고,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잘 엮어서 짜임새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25년 1월 <엄마의 유산>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제 인생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사회자 : <엄마의 유산>이 나와서 말인데요. 지금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책 중에 <엄마의 유산> 시리즈가 많아요. 작가님도 그 안에 계신 거죠?

레마누 : 네. 저는 <엄마의 유산>에서 엄마의 감정개발법에 글을 썼습니다. 살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생길 때가 있는데요. 저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요. 제가 <엄마의 유산> 팀에 들어가게 된 것은 어떤 운명, 이끌림 같은 거였습니다.



사회자 : 운명, 이끌림. 아주 멋지고 무거운 단어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레마누 : 25년은 제가 오십이 되는 해입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죠. 브런치에서 <엄마의 유산>에 참가할 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신청하고, 지담작가님과 만났죠. 일 년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7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지담작가님께 인문학 강의를 들었고요.



공저하는 작가님들과 일주일에 두세 번, 줌으로 만나 두 시간씩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한 편의 편지를 완성시켰죠. 지담작가님은 토할 때까지 글을 쓰라고 했고, 우리는 매번 힘들다고 징징대면서도 글을 써냈어요. 그렇게 일 년을 버텼더니 <엄마의 유산> 시리즈가 7권 나왔습니다.



사회자 : 토할 때까지 글을 쓴다는 말이 무서운데요. 글을 쓰면서 힘들진 않으셨나요? 특히 작가님은 소설과 동화까지 전혀 다른 분야의 글을 써내셨는데, 얼핏 생각하면 한 사람이 그걸 다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레마누 : 그게 참 이상한 일인데요. 한꺼번에 생각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데. 그걸 저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엄마의 유산> 팀에서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인문학 책을 읽고, 공부를 했는데요. 그것이 소설이나 동화를 쓰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앞으로 나가지 않을 때가 있어요. 뭔가 쓸 거리가 있긴 한데 잡히지 않아서 답답하고,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글이 안 써질 때가 찾아와요.



사회자 : (맞장구치는 표정을 지으며) 맞아요. 그럴 때 정말 답답해요.



레마누 :저는 그럴 때가 오면 쓰던 글을 뒤로 밀려놔요. 그리고 다른 글에 집중하죠. 아니면 산책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관심 없는 척해요. 그렇게 다른 글을 쓰다 보면 막혔던 소설이 혹은 동화가 저절로 나오는 거예요. 그때 희열을 느낍니다. 다시 말하면 제가 <엄마의 유산>에 쓰는 글과 소설과 동화는 한 몸에서 나오는 저의 생각이지만, 각자 성격이 다른 삼 형제예요.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지만 너무 들여다보면 귀찮아하고, 화내고 토라지는 것이 꼭 사춘기 아이들 같아요. 저는 그 셋을 어르고 달래면서 잘 커가게 지켜만 보고 있답니다. 제가 읽은 책을 양식으로 삼아 작품들은 그 자체로 커가는 거예요. 저를 통해서 밖으로 나올 뿐이죠.



사회자 : 작가님의 말을 듣다 보니 왜 작가들이 창작의 고통을 출산에 비유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산통을 겪으며 세상 밖으로 아이들을 내보낸다는 말이겠죠.



레마누 : 아이를 키우는 거나 글을 써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지극정성으로 공을 다해 키우는 거예요. 방치하면 아이들도 삐쭉삐쭉해지잖아요. 글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들여다보고, 어디 고칠 부분이 없나. 계속 신경 써줘야 해요. 부족하면 메꿔주고, 넘치면 덜어내면서 그렇게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우리 아이들이 밖에서 궂은소리 들으면 부모로서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런 소리가 듣기 싫으면 잘 키워야죠.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독자들이 돈을 내고 작품을 사서 보는데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제 아이들이 어디 가서 라면받침대가 되는 꼴은 보기 싫거든요.



사회자 : (웃으며) 부드럽지만 카리스마가 넘치십니다. 작가님

레마누 :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ㅎㅎ

사회자 : 앞으로의 계획을 좀 알려주세요.



레마누 : 네. 앞으로도 <엄마의 유산> 프로젝트에는 계속 참여할 생각입니다. 엄마는 아이들이 잘 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언제 행복할까요? 아이들의 아이가 잘 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보다 더 큰 우주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정신적 유산을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바람직한 삶을 살고, 아이들이 세상에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엄마의 마음이 편자의 형식으로 계승되었으면 합니다.


엄마가 바뀌면 아이들이 바뀌고, 아이들이 변하면 사회가 바뀝니다. 일단 나부터 잘하자는 마음으로 <엄마의 유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가로서 제 역할인 소설 쓰기 역시 계속할 에정입니다. 편지와 소설, 동화로 제정신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사회자 : 작가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레마누: 같이 쓰시죠.



사회자 : 네? 녜.ㅎㅎ 지금까지 25년 브런치북 수상작인 <당신의 안녕>의 저자이자, <엄마의 유산> 공동저자이신 소설가 레마누님을 모시고, 브런치를 시작한 계기와 글쓰기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브런치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나눠주실 레마누님의 활약을 기대하며 오늘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레마누 작가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글로 만나 뵙겠습니다.

레마누 : 감사합니다. 서점에서 제 책이 보이면 꼭 집어서 계산해 주세요.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월요일 지담작가님과 <엄마의 유산> 팀 작가님들의 글쓰기수업이 있었다. 한 달 동안 맥을 잡으며 작은 산을 넘은 우리는 본격적인 글쓰기라는 커다란 산 앞에 겁을 먹고 있었다. 넘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에 떨고 있는 나에게 작가님이 물었다.



- <엄마의 유산> 책이 나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쓰는 것도 버거운데, 작가님은 쓰고 난 후를 생각해 내라고 했다. 그 큰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는데 이미 눈물로 번진 내 눈은 작가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버버벅거렸다. 책이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간직해 온 꿈. 소설가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것.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수많은 고뇌의 밤을 지새우며 달려온 지금 숨이 턱까지 차 올라 헉헉 숨을 몰아쉬며 겨우 내뱉은 말이 좋아요. 하나라니 그 말밖에 못 하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써 봤다. 일 년 후 지금의 어리바리함을 벗어던지고 소설가 레마누가 된다면 어떤 말을 할지 상상했다. 이상한 일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사실 이 모든 글들은 쓰지 않아도 되는 글이다. 지담 작가님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지금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눈물"이라는 키워드로 금요일까지 편지를 써야 하는데 이렇게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나. 너무 재미있는걸. 어제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인터뷰하는 나를 상상했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빨리 이걸 써야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는걸.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작가님.

글 쓰다 막힐 때면 글을 쓰고 난 후를 상상해 보세요. 작가님의 글이 널리 퍼져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쇄도하고, 작가님의 책은 2쇄, 3쇄를 거듭하고, 작가님의 통장에는 인세가 차곡차곡 쌓이는 상상을. 아. 정말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작가님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그만 놀고 숙제나 해야겠습니다. 김칫국은 언제 마셔도 맛있지만, 김칫국만 먹고살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ticker stick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구에게나 겨울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