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1

파란 방

by 하마


새파란 아크릴 물감을 부어놓은 듯한 공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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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면 벽에는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피어났다. 벽이 욕실 타일처럼 물기를 뱉어내는 탓이었다. 손을 대보면 조그맣게 맺힌 물기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집에 문제가 있나 싶어 겁이 났는데, 나중에는 왠지 그 하자에 정이 들었다. 그 공간, 첫인상은 영 별로였지만, 옆으로 긴 옷장 하나, 위로 긴 옷장 하나, 널찍한 책상 하나, 조리시설, 그리고 싸늘한 라디에이터를 모두 품은, 나름 넉넉한 곳이었다. 문밖으로는 두 명이 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통로가 있었는데, 그를 사이로 외부와 분리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그곳은 예전 내가 머물렀던 공간들과는 달랐다. 본집에서 도망쳐 간 대학 자취방과 워킹홀리데이 때의 쉐어룸들에 머무를 때와 다르게,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모부에게 지지를 받으며 얻은 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덜 불안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공간을 공유할 때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마음껏 했다.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가루를 흘리며 과자를 먹고, 샤워를 하고, 영화를 봤다. 내킬 때면 한밤중에라도 열심히 청소를 했지만 보통은 마음껏 집을 더럽혔다. 적당히 어지럽혀진 방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핑계 같지만 정말이다, 하하.


가장 좋아한 부분은 침대였다. 일인용 방 주제에 킹사이즈의 침대가 있었는데, 그렇게 큰 이부자리는 처음이었다. 그 위에서 멍하니 뒹굴거릴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어느 쪽으로 누워서 어느 쪽으로 굴러가도 떨어지지 않는 안정감이란. 밤에는 초 두어 개만 켜놓아도 방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끔 그 아래에서 영화를 보며 차가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실 때면 행복한 것 같다며 착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