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약하다는 걸 누구도 드러내고 싶지는 않을 거다. 완벽을 추구하진 않지만, 완벽에 가깝게 작은 틈을 허용치 않는 게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우위에 서는 일일 테니.속마음을 감추고 사는 일이 많아질수록 더 연약해짐을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가 어느 날 호의로 베푼 커피 쿠폰이나, 늦은 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에 오래전 묵혀 두었던 추억이 떠오를 때, 베개를 적시는 ‘툭’하고 떨어지는 눈물처럼.
어느 날 불현듯 자기 안의 연약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예전의 난 그럴 때 이유 없이, 급작스럽게 아는 모두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별한 용건 없이, 지루한 일상을 상대에게 쏟아내기 바빴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일기를 썼다. 한 장이고 두 장이고 다섯 장이고 쓰곤 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나는 연약하다는 걸, 잠깐의 감정 기복에도 이렇게 무너질 수 있고, 다른 이가 한 말을 흘려듣지 못해 마음이 상하는 일도 다 내 연약함에서 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내 연약함을 껴안을 수 있었다. 더불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진정 강한 사람은 혼자인 채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도움을 청하고 받고, 되돌려줄 수 있는 과정을 겪으니 하나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이며, 나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강해질 수 있는 거라고. 그로 인해 타인의 아픔과 감정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거라고. 강함이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연약함도 나의 한 단면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