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내 눈을 가릴 때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행복보다 불행하다고 느낄 때

by 강경아

살아가면서 심안 (마음으로 보는 눈)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선택, 결정, 결별 등 인생의 허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옳은 결정과 후회 없는 선택을 내릴까? 여러 가지 생각의 잔뿌리를 걷어내려고 한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중요하고 절대적인 사안에서는 더욱 침착하려 한다.



드라마, 영화, 문학에서 ‘시간 여행’ 소재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근심과 문제의 씨앗을 아예 없애 버린다.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 나는 더 행복했을 텐데, 과거 어느 때 한 사람을 놓치지 않았다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결정을 미뤘더라면. 이 모든 건 안개가 내 눈을 가렸기에 현재가 이런 것이라는 자책과 후회이다. 여기서 안개는 머뭇거림, 자신의 마음이 갈팡질팡했기에, 결정에 우선순위를 잘 못 두는 걸 은유 한다.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행복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과거에 얽매인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하다못해 고등학교에서 시험 보는 꿈을 아직도 벌서는 기분으로 꾼다. 무의식 속에서 그때 인생을 교정했다면 지금이 평탄했을 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시간여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 가능하지도 않고, 더 복잡해질 거 같다. 무엇보다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엄두가 안 된다. 그때의 나는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뒤덮인 히스테릭 여고생이었다. 싫다! 역시 현재가 좋다. 늦게까지 잘 수 있는 여유로운 이 시간이, 많은 시행착오와 어리석음이 점철된 인생이라 쓸 거리, 그래서 추억이 많은 지금이 좋다. 그러니 안개처럼 무언가가 내 눈을 가릴 때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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