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이 아름다움을 관통하듯이
여동생과 같이 방을 쓴 무렵의 작은 에피소드. 옷장이 따로 없던 우리는 벽과 벽 사이에 굵은 철봉을 매달아 놓고 옷을 정리했다. 늘 공중에 매달린, 빡빡한 옷들을 마주 보며 잠을 청하곤 했다. 나는 가끔 옷들 사이로 빠져나온 플라스틱 옷걸이가 거슬려 잠을 잘 수 없었다. 동생에게 다시 가지런히 하라고 했다. 그때마다
“언니 진짜 이상해 뭐가 거슬린다고.”
하며 옷걸이를 정리해 주었다.
생각 많고, 낮에 있던 사소한 사건에도 신경 쓰며 잠을 못 잤다. 친구와 싸우거나 일로 실수가 있으면 주눅 들고 며칠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단지 소심하고 생각 많은 특성이라고 이해하기엔 세상이 버거웠다. 그러다가 HSP (Highly Sensitive Person) 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바로 ‘매우 민감한 사람’. 이는 성격이 아닌 기질이라는 걸 풀이한 책에서 발견하였다.
『그래요, 나 민감해요 Sensitive 』나가누마 무츠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책을 읽기 전까지 자신을 이상하게 여겼다. 예민함은 사회생활의 큰 장애라 무조건 ‘무던해’ 보이려 애썼다. 나를 포함한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감응되고 사람 많은 곳을 극도로 피하고, 작은 일에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기질 때문에 ‘세상 살기 힘들어’ 했다. 책에 나온 사례들은 거의 내 얘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랬구나 하고 나를, 내 지나온 고달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복잡하고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서 배척당하기 쉬운 특성이다. 반면 섬세하고 예민한 특성은 직관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직관력이 있어야 하는 ‘일’에 좋다고 한다.
예민함이 아름다움을 관통하듯이, 내게는 하나의 좋은 재료가 될 듯하다. 크나큰 나의 단점이라 생각했던 기질을 장점으로 잘 활용 해야겠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일에 더 근접해짐을, 본질에 가까워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