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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아 Jul 20. 2022

여름은 그런 계절

여름 독감과 뜻 밖의 소식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어 보세요.” 

의사의 말에 어린 아이처럼 숨을 크게 들어 쉬었다. 잔기침이 콜록 콜록 하고 터져 나왔다. 

아이가 따로 없구나. 병원에서 엉덩이 주사를 맞고 약국에 들려 약을 받았다. 약사는 요즘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며 선풍기와 에어컨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 간밤에 열에 들떠 기운을 잃은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문을 나섰다. 


감기에 상한 몸으로 여름을 통과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픈 걸까? 허리가 새우처럼 꺾이며 하루에 수십 번 기침을 한다. 요즘 너무 무리를 했나? 근데 언제는 무리는 안했나? 지금은 프리랜서지만, 예전에 회사에서 일했던 것과 일하는 양은 비슷하다.  



혹시 내게 돈을 빌려갔던 그의 사망 소식을 들어 놀랐던 것일까. 그처럼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언니, 사정 얘기를 다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이 없어요. 제가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너무 죄송해요.”그 애와 나누었던 마지막 메시지가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그 이후였다. 몸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어떻게든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걷어내고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죽음으로 놀란 마음 때문일까. 감기는 오래도록 날 붙잡았다. 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지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침이 점점 옅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예전의 그 아이에 대해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의 떠남에 대한 부채감을 갚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마음마저 나의 욕심이란 걸 깨달았지만. 


여름은 그런 계절 같다. 지독한 여름 독감에 걸려 시간을 멈추게 하고, 뜻하지 않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가을을 빨리 끌어당기는 계절. 인생의 어느 시기를 포도송이처럼 진 붉은 빛으로 영글게 하는 그런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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