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아 Aug 03. 2022

My favorite thing

깨끗한 정리정돈, 스스로를 대접할 때, 그리고 빗소리로 몽골몽골 할때

안녕 다정한 친구;) 이번 글의 주제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써보려 해.

나는 정리하는 거 마트에서 장 봐서 요리하는 거 그리고 비를 좋아해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들어 볼래?           


정리를 하면서 다음 정리를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

내가 먼 십대부터 잘 정리하고 살았다고 오해는 말아줘. 내가 정리를 좋아하게 된 건 다름 아닌 효율성 때문이야. 어릴 때부터 물건을 놓은 자리를 잘 기억 못하고 매일 찾는 애가 나였어. 하물며 좋아하는 연필이나 필기감이 좋은 나만의 Pick 볼펜이 사라지면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듯이 찾고 또 찾고를 반복하는 게 나란 이상한 아이의 집착이었어.      


그 물건들이 온전히  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했지.

물건들이 각자의 자리와 쓰임만을 위해서 존재할 때 사람은 더 할 나위 없이 편안해.

그런 소녀시대 버릇이 지금까지 이어져 정기적으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고 다시 위치를 정하고 이런 통제하는 정리 덕후의 삶을 살고 있어. 참 나는 정리수납전문가 2급 자격증도 있어.     

그쪽으로 진로를 정하지 않은 건 난 내 물건만을 정리하고 정렬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야. 가끔 여동생의 방을 정리를 해주는 데 3~4시간 걸린 걸 단 1시간 만에 엉망으로 만들 걸 보고 그냥 여동생 방문을 닫고 다녀! 보면 괴로우니까! 나처럼 정리하고 정렬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 말고 여기저기 물건이 펼쳐진 멀티 라이프인 삶이 더 편한 사람을 존중하기로 한 거지.          


내 취향대로 마트에서 장 봐서 요리하는 식탁

내가 좋아하는 앱 알림은 마켓컬리에서 ‘고객님 배송 완료입니다’ 야. 3년 전 독립을 했을 때는 다 자유였지. 식재료, 메뉴, 먹는 시간 등 다 내 맘대로 식탁이었지. 그렇지만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온 순간 그냥 공공의 식탁에 앉은 기분이야. 게다가 우리엄마는      

“ 해준 대로 먹어! 이건 나트륨이 많고 저건 지방이 많고 저건 달아!”     

그리고 빨리 먹고 치워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분이야. 그래서 식탁은 야채와 볶은 야채, 염장한 야채 등이 주 메뉴야.

고기를 점차 줄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나는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는 사람이야 게다가 기름이 낀 고소한 대창이나 곱창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거든. 이걸 다 일일이 다 외식으로 먹을 수는 없고 그래서 마켓 컬리를 사랑하게 되었어. 밀키트가 얼마나 잘 구성이 되어 있는지, 내가 모르는 여러 브랜드와 다양한 식재료를 눈으로 처음 보고 입으로 맛보는 나만의 식탁을 만들게 된 거지. 게다가 나는 글을 쓰고 창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잖아. 무언가를 다듬고 칼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좀 사그라드는 기분이 들어 그리고 음식을 해본 사람은 늘 느끼는 감이지만 스스로를 대접하는 기분이잖아. 음식으로 주는 위로가 얼만데 경험해 본 사람은 잘 알거야!            

         






Rainy in 슬로라이프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구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존 러스킨 John Ruskin -     

내가 쓴 책 ‘서로 다른 날씨’에 처음 부분에 나오는 말이야. 저 문구를 디뮤지엄 전시회 포스터에서 본 순간 난 날씨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고 책을 냈지.      

빗소리는 소리와 함께 내려와 탁탁탁 땡땡땡 톡톡톡. 소리와 함께 시간은 천천히 흘러. 그리고 몽골몽골 기분 좋게 가라앉지.

몇 해 전인가? 출근을 하던 날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어. 어쩔 수 없이 비를 덜 맞는 걸 포기하고 묵묵히 걸었어. 그러다 어떤 남자분이 우산을 쓰여 주었어. 그 분이 비록 중년 남자분였지만 그 분으로 인해 비 오는 날을 다정함으로 기억할 수 밖에 없었어.      



남들은 햇볕이 쨍쨍한 화창한 날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 매드맥스의 ‘what a lovely day!'란 이렇듯 습기를 머금은 느린 공기 속에 우산을 펴고 그 색색의 우산이 거리를 유영하듯 떠다니는 느림의 풍경이야.     


다정한 친구 my favorite thing을 잘 들어줘서 고마워, 나에게 사소한 것들이지만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서 네게 말하고 싶었어. 너는 나를 이해해 줄거 같아서... 가끔 삶이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굳건히 유지함으로써 싫어하는 것들에게 어깨를 당당히 펼 수 있다고 생각해. 하루하루는 괴롭거든... 그래서 오늘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에 대해 말해 봤어. 낮에 쓴 편지가 어느덧 밤이 되었네. 다음에는 네가 좋아하는 걸 들려줄래? 오늘의 너처럼 잘 들어줄게! 그럼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은 그런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