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까지도 사랑의 단계인 것을
-스티비 원더 Overjoyed-
당신으로 인해 나의 기쁨이 아니 우리의 기쁨은 끝났다는 내용의 가사였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던 도미노 같던 기억들이, 쓰러져 있다가 바로 서며 나에게 몰려왔다. 과거의 파편들이 어떤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랫동안 내 무의식 아래로 묻어 두었던 것이 잠시 살아났다.
작가가 되어도 잘 팔리는 사랑 에세이는 쓰지 않으리라 했다. 라떼 같은 부드럽고 달콤함 보다 에스프레소 3샷 같은 씁쓸함이 넘치는 연애였으니. 상상이 들어간 단편소설집 ‘여자들이 사는 도시’를 2019년에 냈다. 나와 주변 여자들의 연애실패담을 엮어낸 이야기였다. 이 때 나의 사랑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에세이는 얼굴을 내밀고 하는 행동이고 소설은 글 뒤에 숨을 수 있어 안전하다고 느꼈다. 소설로 한 번 풀었으니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에세이는 내밀한 이야기이지 않는가? 스스로의 결벽 때문이라도 나는 에세이란 모름지기 정직이 8할 이상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의 지난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는 일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의 기쁨이 아닌 슬픔으로 가득했던 내 연애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나의 기쁨이 끝나면 스티비 원더의 노래처럼 세상 끝난 거처럼 연애 끝의 슬픔을 바로 모래 깊은 아래에 묻어 놓으려 했다.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감싸지 못하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다. 이별까지도 사랑의 단계인 것을. 그래서 용기를 내고 싶었다. 내 청춘의 기록들이 누군가의 멍든 가슴을 품어주기를, 그리고 소리 없이 흘러내려 베갯잇을 적시는 당신의 어깨를 꼭 안아주기를 그리고 이 아픔들도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려주기를.
결국 멈추어 버린 시간은 흘려갔고 가슴속에 쌓였던 슬픈 모래들은 세월이라는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비로소 마음이 깨끗하다. 나와 닮아 있는 사람들에게 연애의 서사를 들려줄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