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실패자

혜어질 결심

by 강경아

연애에 앞서 우리의 마음은 실패를 생각 하지 않는다. 달달하고 알쏭달쏭한 썸 구간을 지나 연인이 된다면 성공일까? 아니다. 그때부터 시작인 걸. 몇 번의 지지고 볶은 그리고 섬광처럼 스쳐갔던 연애를 경험하고 나서 이별까지도 연애의 한 부분이라는 걸 많은 대가를 치루고 알게 됐다.


빗소리에 맞추어 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던 J의 입술이 내 무릎 뼈에 머무는 순간 세상은 일순간 정지했고

백반 집에서 밥 위에 김을 얹어주며 씩 웃던 P를 보며 난 위보다 마음이 배불렀다.

그리고 건대 벤치에서 세상 편안한 얼굴로 내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잠시 세상사는

고단함을 내려놓던 S를 바라보며 그의 조용한 시간 속에 나 또한 물들어 갔다.


연애에 풍덩 빠져 있었고 그 사람 외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시간들이 지나고 연애에 앞서 헤어짐을 미리 당겨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헤어짐을 생각하는 사람은 2가지 부류일 것이다. 성급하거나 조심스럽거나~ 지난 사랑이 아파서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거나, 헤어질 기미가 보이면 바로 그 사람을 떠날 준비를 하거나. 예전의 경험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연애를 하는 것이다.


세상 불쌍한 얼굴로 나한테 돈을 뜯어가던 J의 가난하고 비굴한 얼굴을 보며 나의 작은 세계는 무너졌으며

화가 나면 폭음을 해서 늘 곤란하게 만들었던 P는 늘 주변을 의식하게 만들었으며 얼굴을 시뻘겋게 만들었다.

그리고 군대와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해 자기혐오에 가득 찼던 S는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거칠고 험한 말을 주저하지 않았으나 그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제각각 다른 기준으로 남자를 골라 사랑에 빠졌건만 어쩌면 같은 실망감으로 나를 연애의 실패자로 만드는 것인지… 그런 그들에게 질려 나는 ‘헤어질 결심’을 이어 결국 나는 이별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극적인 만남들의 나열들인지 아! 중간은 없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나의 자존감 마일리지는 사라지게 되었다. 내가 사랑한 남자들을 떠나버리면서 점점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잘 웃던 난 까칠한 사람이 됐고 자주 다른 이에게 짜증을 내는 사람으로 변했다.


사랑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가난하게 만드는지 지옥과 천국, 온탕과 냉탕을 만드는 지를 저미는 가슴앓이를 하며 알게 됐다. 비슷한 남자에게서 비슷한 반복을 하는 나의 눈을 스스로 찔러야 하는 건지 고민을 했으나 찌르진 못했다. 그들에게 상처를 받았을지 몰라도 그들과 어느 순간만큼은 분명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연애의 실패자는 됐으나 연애의 포기를 선택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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