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관계

너는 이미 죽은 사람

by 강경아

나를 관통하고 스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따뜻했다가 뜨거웠다가 서늘했다가 어느새 무미건조한 감정들을 주고받으며 사라져 간 시간과 끝에 대하여 말이다.

헤어진 사람은 내게 있어 '죽은 사람'이라 가슴을 찢거나 후회 아쉬움 미움 원망 그리움 등 다른 층위의 감정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관계를 '묘한 관계'라고 부르고 싶다.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아주 가끔씩만 내 안에서 꽃처럼 피었다가 지는 그런 관계.

만났던 사람의 흔적은 아직 곳곳에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 곳을 지나치면 감정은 무뎌졌으나

기억은 소환이 된다.

그 사람과 자주 갔던 종로 거리를 가끔 혼자 걸을 때나

10여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 사람의 핸드폰 번호가 머릿속에서 자연히 떠오를 때나

우리의 모습을 다른 연인들에서 볼 때나

가끔 우리의 일을 연상하는 가사의 노래를 들을 때

그 순간 '묘한 관계'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영원보다 긴 찰라의 시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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