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월급루팡이 뒤늦게 얻은 깨달음
지금 이 회사에 최선을!
작년 이맘때 저의 머릿속과 마음은 위기다 위기라는 붉은 신호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무료로 하는 중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소액이었습니다. 나라에서 주는 프리랜서 지원금도 바닥이 났습니다.
제가 20대가 아닌 이상 꿈만 쫓아가며 부모님께 부담을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프리랜서로 원고 쓰기, 강사, 아르바이트 등 이렇게 저렇게 글로 돈을 벌어보고자 노력했지만 회사를 박차고 나온 호기는 곧 쪼그라들었습니다. 3년을 버텼지만 부모님과의 동거가 아니었다면 아마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선택을 했어야 아니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2022년 8~9월까지 취업사이트를 열심히 서치 합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취업하고자 먹은 마음이 무색하게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공유오피스에서 스텝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눈에 띄더군요. 예전에 금융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저 또한 공유오피스에서 일한 터라 어떤 곳인지 알고 지원했습니다. 면접 때 가서 들어보니 공유오피스의 클리닝팀에서 청소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 흡진&마대, 커피머신관리&컵세척, 쓰레기 배출 등 저는 집에서 매일 하는 일인데 못하랴? 하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팀장님은 젊고 쾌활하신 분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경아님 하고 덧붙이셨어요.
그때부터 2주 동안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예전 다른 매거진에서 얘기했지만 저는 곧 이직과 창업을 하고자 하는 욕구에 시달리게 됩니다. 왜인지는 하나씩 풀어볼게요~
하나, 끝없는 인식과의 싸움
제게 인수인계를 해주시고 가신 분은 좋게 말하면 현실을 아는 분이고 다른 면으로 보면 시크한 분이셨어요, 일을 배우러 온 제게
- 이 일은 다른 일에 비해 보람이나 가치가 없어요3D예요 3D!
그런 말을 일 초입에 들으니 솔직히 힘이 빠지더군요. 청소일이 너무 좋아서 열렬히 원해서 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어요? 사무실을 돌며 쓰레기를 비울 때 장갑을 끼다가 땀도 나고 해서 맨손으로 비웁니다.
비우다가 남이 버린 음료수나 혹은 휴지에 쌓였던 가래침이 맨손에 닿은 적이 있었어요, 너무 싫었지만 일인걸요.
또 안 쓰던 몸의 근육, 허리와 손목 다리등을 매일 반복적으로 쓰다 보니 몸도 자주 아프더군요. 밤에는 다리에 열이 나고 손가락이 붓더군요. 속으로
' 이 일은 젊은 사람이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아무리 실내 에어컨이 나오고 있지만 하루 1만보에서 13,000를 걷다 보니 땀이 많이 나더군요, 그래서 태어나서 첨으로 '습진'이란 질환에 걸려봤습니다. 현재는 기온이 낮아지고 피부과에서 잘 케어해서 잘 낫고 있습니다.
청소의 의미와 존재는 어지려져 있는 상태를 정돈하고 깨끗이 하는 거잖아요. 매번 그렇게 마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다잡다가도 이 일의 가치를 제가 원래 하던 글쓰기강사와 비교를 하자면 한없이 현재가 초라해지고 현실을 부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생활 초반엔 여긴 부업이고 내 본업은 강사와 글쓰기다 언젠간 상황이 좋아지면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회사를 다녔습니다.
둘, 익숙해지지 않는, 아니 익숙해지지 않으려 했던 나의 태도
"경아님은 미화업무 센스가 없는 분이세요~"
얼마 전에 저희 팀장님께 들은 피드백입니다,
전날 커피 머신을 청소하고 그물망을 깨끗이 세척을 못한 것을 지적당한 것입니다. 실은 저 많이 덜렁거리는 편입니다. 사실 글쓰기 외에는 촘촘한 게 거의 없는 편이죠. 팀장님은 작년 입사 이래 일에 성긴 저를 하나씩 하나씩 지치지 않고 보완해 주셨고요, 저는 느리지만 천천히 꼼꼼해 지려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마음속에도 이 일이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자라고 있었기엔 지난 5,6월에는 이직 준비를 하기도 했었죠.
소울리스 맞아요 소울리스로 몸만 움직이며 열정과 정성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사소한 실수가 쌓이고 계속 상사의 지적이 쌓여갔죠~~ 내 바운더리는 글쓰기다, 여긴 정류장 같은 곳이므로 여기서 힘 다 빼지 말자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하면서도 제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업무가 숙달이 안될 때면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계속 월급루팡으로 살아가야 하는 양심의 가책을 받던 중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됩니다.
셋, 지금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어디에서도
책을 보니 화려한 광고계에서 일한 저자도 처음부터 일이 좋고 마음으로부터 일을 온전히 받아들인 게 아녔다고 고백하더군요. 책에서 보니 저자는 지금 여기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쓰임이 있는 사람의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었답니다.
늘 70%만, 현재 일의 70%만 하자! 정말 하려는 나의 본업을 위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저의 태도와 가치관이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언가 내가 잘못 생각했었구나, 입사 때부터 저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인식에 대한 흔들림 등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퇴사에 대한 생각도 접었습니다, 팀장님께서 제 실수에 대해 지적도 해주시지만
- 경아님은 느리지만 나아 가시는 분이시잖아요, 전 경아님을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을 거예요, 그게 제 일인걸요!
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제가 체력이 좋지 않은 걸 알고 배려도 해주시고 얼마 전엔 영양제도 사주시더군요.
우리는 많은 시간 일을 하며 보냅니다, 안타깝게도
일의 기쁨과 보람보다는 슬픔과 한탄을 하며 월루하며(월급루팡) 살아갑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한 월급루팡러의 뒤늦은 자기 반성문이며 쌉싸름한 일의 맛입니다! 일을 사랑할 순 없겠지만 일을 하는 나 자신을 존중하고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지면 조금 더 진지해 지겠죠?지금의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