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빼놓지 않고 묻는 질문이 있다.
"너는 요새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사는거니?"
작년부터 일도 줄이고, 받는 돈도 줄이고, 대신 내 시간을 많이 쓰면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늘 돌아오는 질문이다.
창업을 하면서 최저임금정도 되는 금액을 월급으로 책정해서 받다가, 또 거기에서 금액을 줄인거니, 예전에 받았던 월급에 비하면 버는 돈이 약 6분의 1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돈으로만 생활하기에는 좀 부족할 것 같아서 올해부터는 가지고 있던 성장주를 일부 팔고 배당주를 사서 매 달 배당금이 들어오게끔 세팅을 해 두었다. 줄어든 월급과 매 달 들어오는 배당금의 합이 내가 쓰는 생활비 보다는 풍족해서 매 달 남는 돈은 다시 재투자를 하거나 플렉스를 위한 경비로 쟁여놓는다. 그런데 막상 이번달에는 플렉스좀 해볼까 생각해도 막상 플렉스 하고 싶은게 없어서 현금이 꽤 모였다. 이 돈은 아마도 내년 이사 갈 때 가구를 새로 바꾸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월급이 줄었지만 특별히 돈을 아끼려는 노력을 하거나 가계부를 쓰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데, 예전에 스트레스 받을 때 하던 충동적인 소비가 줄어들고, 비건을 하며 고기를 안먹고 외식을 적게하니 자연스럽게 매 달 사용하는 돈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노력하기 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다는 말 처럼, 소비도 비슷한 것 같다. 돈을 적게 쓰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생활 습관이 바뀌고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바뀌다 보니 노력하지 않아도 소비가 줄어들고, 물질에 대한 욕망의 크기도 작아진다.
월급많이 주던 회사를 그만 두기 전에는 사실 매 달 월급을 못받으면 어떻게하지 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특별히 제태크 같은 걸 하지 않아도 통장 잔고는 늘 두둑했고, 회사에서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매 달 통장에 돈이 들어왔으니까 이 정도 되는 돈을 더이상 벌지 못하면 어떻게 살지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훨씬 적은 돈을 벌며 살아가지만 더이상 돈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지난 몇 년간 경험했고, 작지만 온전한 내 소유의 집이 있고, 우리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자산을 올바른 곳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자유로움과 안정감은, 줄어든 욕망과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 투자에 대한 지식과 지난 10여년간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자산이 주는 안정감이 모두 합해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좀 더 욕심내서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사는 대신, 소박하게 살면서 시간을 내 맘대로 쓰는 것을 선택했고, 이 선택으로 인해 나는 비로소 내 삶의 온전한 통제권을 가져온 느낌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버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실력을 쌓아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것들, 이를테면 글쓰기라던지, 인터뷰, 책모임 같은 것들로 소소하게 좀 더 다양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