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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Nov 19. 2023

스타십 발사와 오만과 편견


어제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2차 발사를 보았다. 인류가 50여년 만에 다시 달에 가고, 화성에도 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 스타십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십을 발사하는 과정은 100%완벽하게 성공하지 안으면 실패라고 규정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빠르게 시도하고 그러부터 배우고 다시 도전한다는 스페이스X의 일하는 방식에는 실패가 존재할 틈이 없다. 스타십의 1차 발사는 누군가에게는 실패처럼 보였겠지만, 박수치며 환호하는 스페이스X 직원들을 보다보면, 아 저런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정말 새로운 것을 만들고 도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스타십2차 발사는 1차 발사와 비교하면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엔진이 모두 켜졌고, 엔진 로켓을 점화한 후 추진체를 분리하는 방식의 핫스테이징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10%정도의 연료 효율을 증감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그들은 이렇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저 커다란 스타십에 타고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겠지란 생각을 하다 문득 어제 읽은 소설 <오만과 편견>을 떠올려본다. 소설은 1800년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이 시대에는 (너무나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이동수단은 말, 마차 혹은 도보 뿐이고,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가거나 형편이 된다면 하인을 보내는 수밖에는 없다. 사진 대신 초상화로 누군가를 기억한다. 비단 과학기술뿐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인권의 개념도 다르게 존재한다. 속한 가문과, 태어난 순서, 성별에 따라 너무나 당연히 다르게 대접받는다. 여성은 참정권이 당연히 없고, 여성으로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운이 좋아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집안의 상속자가 되는 방법 뿐이다.



200년은 역사적으로 볼 땐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인데, 이 시간동안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돌아보면 놀랍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마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시기에서 고작 200년이 지나지 않아는데 이제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고, 전기자동차가 자율주행을 시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그 시기 동안 인간을 그 존재 자체로 가치있다고 받아들이는 개념 역시 사회적 합의로 자리잡았다. (널리 받아들여지는지의 여부와는 다르게)



하지만 이런 수많은 발전과 변화를 만들어 낸 본질적인 인간의 속성은 변하지 않았다. 수천년전의 고전을 읽어도 공감할수 있는 건,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과 고통을 경험하는 매카니즘이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무엇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불같은 감정을 사랑이라 착각해서 기쁨을 느끼다가 변화하는 감정에 절망하며 슬픔을 느낀다. 작은 일에도 분노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지 못하며 편견에 싸인 판단을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아라는 작은 세계에서 갇혀 이런 희노애락을 반복하며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진정한 혁명은 자율주행이나 AI 가 아니라, 인간을 자아라는 작은 세계로부터 더 넓은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는 정신 혁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정신혁명은 수천년 전에 이미 붓다와 예수가 이야기한 것이기도 한데 말이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인류가 기술의 도움으로 만들게 될 정신 혁명은 자아의 확장보다는 자아의 만족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마치 멋진 신세계의 소마 처럼.



결국 정신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인간은 화성에서 행복하게 살 수 없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화성에서 행복할 수 없는 수만가지 이유를 찾아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마 지구에서 행복한 사람은 화성에서도 행복할 거고, 지구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화성에서도 행복할 수 없지 않을까?



아무튼,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이 시대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이나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자기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법을 배우는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듣다. 일이나 물질적인 것에서 얻는 성취가 어쩌면 그렇게 중요해지지 않는 미래가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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