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발가락 골절 때문에 집에만 콕 박혀 지낸 지도 벌써 5일이 지났다.
어제는 병원에서 다시 사진을 찍었는데, 다행히 뼈가 엇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깁스를 풀고 지내서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괜찮은 것 같으니,
앞으로도 집에서는 깁스를 풀고 지낼 예정이다.
병원에서는 꼭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깁스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는
깁스를 하면서 종아리와 발목 근육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
빼는 빨리 붓겠지만 오히려 몸이 틀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증상을 없애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둔다.
그래서 그 증상 자체는 빨리 치료할지 몰라도
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조치로 인해 다른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깁스를 하고 걸으니 일단 발목과 무릎에 힘이 이상하게 들어갔다.
걷는 높이가 다르니 골반도 약간 비틀어지듯 걷게 되고,
그러다보니 몸이 전체적으로 치우치고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이대로 4주를 있으면 뼈는 좀 빨리 붓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틀어진 몸을 다시 원상복귀 하고
없어진 근육을 채우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않을까?
차라리 뼈가 좀 천천히 붙더라도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나는 어차피 거의 집에만 있을 예정이고,
외출은 최소화할 예정이니, 가끔 밖에 나갈 때만 깁스를 해주면 된다.
병원에서 준 약도 먹지 않기로 했다.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을 주셨는데 소염 진통제를 먹는 대신 염증 반응을 최소로 하기 위해
밀가루, 설탕, 술과 같이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먹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유제품과 고기는 안 먹으니 사실 별로 어렵지 않다.
대신, 야채와 과일 해조류와 콩류는 더 많이 잘 먹고 물도 잘 마신다.
환부에는 하루에 한 번씩 소염작용을 해준다고 하는 에센셜 오일을 블랜딩해서 발라준다.
어젯밤에 확인해 보니 멍과 붓기가 모두 거의 가라앉았다.
의사선생님에게 약은 더 이상 안 먹어도 되니까, 처방전을 써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니
소염 진통제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신다.
괜히 더 이야기하며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처방전을 받되 약국에는 들르지 않았다.
나는 현대 의학을 무조건 불신하는 사람은 아니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놀랍게 연장시켜주었고,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뼈가 부러졌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것도 X-RAY 덕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몸을 찬찬히 살피고 보살피며, 몸의 자연 치유력을 믿는 대신
약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정말 위험하고,
또 건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내 몸의 자연 치유력을 믿으며,
내 몸에 필요한 것들을 먹고, 필요한 움직임을 해주고,
필요한 휴식을 하며 뼈가 잘 붙기를 기다려 볼 생각이다.
사실 이렇게 집에 콕 박혀서 조용하게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