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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an 02. 2022

2021년의 키워드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는 2021년 

밑미 질문카드로 2021년을 정리하다보니, 대략 10개의 키워드로 정리가 되더라. 

그래서, 2021년을 마무리 하면서 남기는 연말 결산 


1. 밑미 창업 2년차 

즉흥적이고 신나는 마음에 들떠서 휘리릭 시작한 창업이 벌써 1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났다. 2021년에는 특히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같이 창업한 친구들이랑 꽁냥꽁냥 일했던 2020년의 시기를 지나, 처음으로 새로운 직원을 맞이 했고, 한 두 명씩 팀이 커져서 이제는 총 8명의 식구가 함께하는 진짜 스타트업이 되었다. 진짜 나를 찾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는데 우리의 꿈이 진짜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성장이 가장 우선시 되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우리의 미션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성장하고 싶다. 나 자신 역시 스타트업이라는 회오리에 휩쓸려서 본질을 잃어버리고지 않고, 나다움을 지켜나가면서 성장해야지. 


2. 대학원 1년차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명상학과에 입학해서 1년을 마쳤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한 최고의 선택은 대학원 입학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엄청 회사와 함께 병행하느라 너무 힘들긴 했지만, 그 힘듦을 감내할만큼 값진 선택이었다. 처음에 궁금했던 초기 불교와 명상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언제나 가장 값진 보물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것처럼, 칼로저스의 인간중심상담 수업을 통해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내 완벽주의의 벽을 깨트릴 수 있었고, 불완전함도 충분히 괜찮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3. 비교 종교학 

명상학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아하'는 비교종교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는 것. 예전부터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나지만, 종교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했었는데 비교 종교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접하고, 오강남 교수님과 성해영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박사과정에서 비교 종교학을 공부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직 잘은 모르기에 뭐라 섣불리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각기 다른 종교에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결국 종교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느껴 어떤 대상을 통해 구원을 찾으려는 노력의 역사이고, 그 형태는 다르지만 그 종교의 심층으로 들어가게 되면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 심층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표층의 차이만 보고 너는 우리와 달라! 라고 싸우는 것이고.  어디에선가 함석헌 목사와 법정스님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기독교 신자와 불교 신자는 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진짜 맞는거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4. 명상 리추얼 

밑미 명상 리추얼을 시작 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 간다. 명상 리추얼을 통해 짧게나마 명상에 대해 설명하고, 간단한 명상법을 알려드리고, 또 궁금한 질문들에 답글도 달아드리면서 나 역시 훌쩍 성장한 것 같다. 명상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어쩌면 앞으로 명상과 관련해서 좀 더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지켜봐야지.


5. 운전 

장롱면허를 탈출하기 위해 운전 연수를 받았다. 사실, 서울에만 살면 차가 없고 운전을 못해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할 일이 없는데,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갔을 때 운전을 못하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의 제약이 꽤나 많이 생기더라고. 운전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나의 평소 성격이 운전하는 방식에 너무 고스란히 나타난다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내년에는 생에 첫 차도 구매하고, 여기저기 국내 여행도 많이 다닐 예정! 


6. 시골 라이프 

운전을 배웠던 이유는 최근 급격하게 시골 라이프에 대한 로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심심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아름다운 논나마리아 여행의 영향인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코로나의 영향인지, 이제는 시골에 사는 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100% 시골에 사는 건 못할 것 같고 여전히 도시의 본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연과 더 가까이에서 있고 싶다는 건 최근 몇 년간 나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이다. 

그래서 그런가, 월든을 다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월든을 처음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는데, 그 때에는 소로우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올해 우연히 제주에서 월든을 다시 접하고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월든에 나오는 삶의 방식에 완전 매료되어 버렸다. 비슷한 맥락에서 숲속의 자본주의자 라는 책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역시 소로우와 월든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책 곳곳에 월든의 인용구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5년 이내에 한국이든 태국이든 시골 어딘가에 또 하나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 


7. 건강의 소중함 

나이가 먹었는지, 예전에는 전혀 아프지 않던 곳들이 아플때가 있다. 이를테면 두통, 속쓰림 같은 것들. 소화불량이 뭔지, 두통이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올해는 꽤나 자주 소화가 안되어서 더부룩한 느낌을 느꼈고, 머리가 아픈 두통을 느겻다. 

한 가지 기쁜 소식은 2015년 정도부터 매년 한 번씩은 목이나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파서 거의 쓰러지듯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올 해는 단 한 번도 정형외과에 가지 않았다. 두통과 속쓰림은 생겼는데 목과 허리 통증은 사라졌다니, 감사할 일인가 슬퍼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으니 확실히 몸이 예전과는 조금씩 달라지긴 한다. 올 해는 바빠서 걷기 운동 빼고는 운동을 거의 못했는데 새해에는 진짜 생존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8. 투자 

일이 바빠서 투자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연초에 묻어놓았던 미국 주식이 많이 올랐다. 국내 주식에 더 많은 비중을 실었는데 국내 주식 수익률은 너무 미비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마이너스가 아님에 감사해야지. 

2017년에 10만원어치 사놓고 완전 까먹고 있었던 이더리움이 150만원이 되어 있었다는 것에 자극을 받아 생각만 하고 실행을 못하고 있던 비트+이더 투자도 시작했다. 떨어질때마다 조금씩 분할 매수하면서 전체 포트의 5% 정도 비중으로 맞추는 걸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을 하고 공부도 하고 투자까지 하려면 시간이 정말 너무 없어서 사고 파는 타이밍도 놓치게 되고, 기업 공부할 시간도 없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결국은 내가 잘 아는 미국 우량주 몇 종목 + 지수추종 + 올웨더 같은 자산배분 으로 포트를 운용하는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적절한 투자 방법이라서 이렇게 자산을 배분해놓으려고 했는데 생각만 하고 귀찮아서 몇 달째 실행을 못하고 있다. 정신차리고 올해는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시 잘 구성해야지. 


9. 서울숲 

올해 나의 숨쉴 구멍이 되어 주었던 서울숲. 서울숲의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그 어느때보다 많은 위안과 기쁨을 느꼈다. 대학원 수업이 없었던 방학때는 거의 매일 한 두 시간씩 서울숲을 걸었고, 마음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일단 무조건 서울숲으로 나갔다. 한적한 벤치에 앉아서 명상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또 다시 힘내서 살아갈 위안을 얻은 곳. 어쩌면 서울숲 때문에 시골에 대한 로망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자연에 더 가까이 살고 싶다는 소망. 


10. 관계 

올 해의 현타는 관계였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친구, 연인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반성했다. (하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가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이유는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오히려 그들은 나 때문에 큰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너무 명확한데, 까딱하면 이렇게 우선순위를 헷갈리게 된다. 새해에는 진짜진짜 관계에 좀 더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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