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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May 31. 2022

밑미 회고클럽,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흔적 찾기

5월이 지나갔다. 내일이면 6월이라니. 휘리리 지나간 것 같은 5월이지만 사실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는, 내면의 변화가 더 큰 한 달이었는데, 그래서 생각이 과도하게 많아지기도 했다. 생각을 과도하게 하다보면 생각의 굴레에 빠지기 쉬운데, 그럴 때마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어떤 지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밑미 회고 클럽에 가입하면 매달 1일에 그 전달을 회고할 수 있는 질문들을 보내준다. (더 궁금하면 요기

밑미 회고클럽은 7개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돌아보게 도와주는 첫 번째 질문이 제일 좋다. 일상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쓸모나 효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런 질문들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려는 나를 톡톡 건드려 깨워준달까? 


이번 달의 회고 질문을 찬찬히 읽고 있으니, 어제 상담 선생님이 해 준 말이 떠오른다. 

"이제 좀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아봐요. 재미있는 게 제일 중요한 사람인데, 은근 재미있는 거 안하고 사는 것 같아." 

사실 어제 이 말을 듣고 엄청 뜨끔 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바로 나였어. 

이제 진짜 재미가 중요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거 더 많이 하면서 살아보자. 




첫 번째 질문, 내가 5월에 아이처럼 순수하게 좋아했던 것들 


날씨, 날씨가 좋아서 너무 좋았어. 밖에 나가고 싶으면 그냥 원피스 하나 걸치고 나갈 수 있는 이 계절이 너무 좋아. 날씨가 좋을 때는 특히 자연 속에 있을 때는 진짜 아이가 된 것 같아. 그냥 막 달리고 싶기도 하고, 나무를 꽉 안고 싶기도 하지. (하지만 5월에는 달리기도 못했고 나무를 꽉 껴안지도 못했네.. 반성하자.) 


자전거 타는 거. 날씨가 따듯해지니까 자전거 타는 게 너무 좋았어. 페달을 밟고 막 달려나가는 것에서 느껴지는 기쁨. 


흠... 그리고 또 생각해보려 하는데 생각이 잘 안나네. 5월은 고민이 많은 날이었어서 그런지 아이처럼 순수하게 이것저것 좋아하기 보다는, 치열하게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쓴 것 같아. 이제 고민 끝났으니까 재미있는 것 많이 많이 하자! 




두 번째 질문, 쓸모를 생각하느라 시도하지 못한 것들. 


운전해서 국내여행 하기. 나 여행하는거 진짜진짜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 부터 여행을 떠나는 것에 겁을 내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하지는 않을까? 그냥 집에서 쉬자. 다음에 가면 되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예전처럼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진짜 그런 고민 하지 말고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보자. 어디든.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일단 떠나보면 떠나기 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나게 되니까. 


요리.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먹는 것도 진짜 대충대충 먹는다. 배달음식 시켜먹는 건 싫으니 집에 있는 재료로 아주아주 대에충 이것저것 챙겨 먹는데, 내가 생각해도 요즘 나의 음식에는 정성이 너무 부족하다. 요즘 나는 15분이 넘어가는 요리를 잘 안해 먹는데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낀 시간에 내가 뭔가 엄청난 무언가를 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 좀 더 성의를 가지고 음식을 해먹자. 




세 번째 질문. 어렸을 적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 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2주 후면 이사를 간다. 오랜만에 이런 저런 가구들을 구경하는데 초등학생 때 엄마 잡지를 보면서 내 방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궁리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냐고 하면 아니다. ㅋㅋㅋ 나에게 맞는 집을 꾸미고 싶긴 하지만 이걸 일로써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인테리어가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저그런 것이라면, 그 때도 좋고 지금도 좋은데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못하고 있는 것, 혹은 안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에는 소설과 시를 꽤나 많이 읽었다.  신경숙, 은희경 같은 소설가들의 책은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읽었고, 잘 이해도 못하면서 도스또예프스키, 헤르만헤세, 톨스토이, 괴테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설이 내 삶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신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책들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 현실로부터 약간은 멀어지게 되는데, 나는 그 감각이 좀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사회의 온갖 모순이 나를 흔들고 있는데, 소설이나 시를 읽으면 정말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 같았달까. 그래, 이제 다시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어렸을 적 내가 그랬던 것 처럼. 




회고를 마무리하며... 

이번달 회고는 나에게는 약간의 '알람'같다. 

'너 왜 너가 좋아하는 일을 안하면서 살아?' 이렇게 찔러주는 것 같다. 

이제 한 시간 후면 6월이다. 6월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자. 나를 설레이게 하는 일들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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