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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un 06. 2022

비트코인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개인은 사회안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개인은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하나의 단위일 뿐이다. 물론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없는 거니까, 나에게 나란 존재는 오직 하나뿐이고 전부인 존재이지만, 더 큰 관점에서 한 명의 개인은 60억이라는 인구 중 1명으로 설명되는 한 개체일 뿐이다. 이 개체는 굉장히 운명적인 우연으로 특정한 나라, 특정 도시에 특정 부모를 가진 특정 성별의 특정 생김새를 가진 개체로 태어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인간은 초기 세팅값이 이미 80%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80년대 중반 우리 부모님의 첫째 딸로 태어났다. 이걸로 내가 살아갈 인생의 80% 정도는 이미 정해진 셈인데, 나는 내가 받은 초기값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초기값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같은 이유로 나는 늘 인도나 방글라데시, 혹은 아프리카 같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갔다. 왜 누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백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삶을 시작하고, 또 다른 누구는 수단의 화장실도 없는 집의 셋째 딸로 태어나는 것으로 삶을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대단한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라 할지라도 인터넷도 안되는 아프리카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이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삶은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차있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 사실로부터 괜찮아지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학생 시절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졌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저개발 국가의 문제들을 NGO의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가장 관심을 가졌던 사회적 기업은 마이크로 크레딧 형태를 가진 은행이었다. 무하마드 유누스라는 걸출한 방글라데시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은행은 신용이 없어서 은행을 이용할 수 없고, 그래서 일당 노동자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호 보증을 통해 신용을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소액의 돈을 빌려줌으로써 이들이 조금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은행인데, 이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수 많은 빈민층의 삶을 변화시켰다. 무하마드 유누스는 이 프로젝트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햇다. 


저개발국가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과 동시에 나는 모든 중앙화된 권력 시스템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를 계기로 정부는 더 커져가고 있다.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는 개인의 영역으로 여겼던 많은 것들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개인은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 국가의 통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국가가 가장 크게 통제하는 것 중 하나는 경제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이기 때문에 많은 정책은 장기적 비전이나 정치인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결정되기 보다는 선거에서 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국가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돈을 뿌린다. 이번 코로나 기간에는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으로 써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미친 듯 돈을 풀었다. 이런 시기에 개인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자산을 도둑맞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아무것에도 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높아진 인플레와 자산가격에 가지고 있었던 현금가치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런문제는 저개발국가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일어난다. 아프리카나 베네수엘라, 그리고 터키같은 나라에서는 인플레 때문에 돈의 가치가 아주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자국의 화폐를 달러로 바꾸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달라의 가치고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적어도 자국 화폐가 하락하는 속도보다는 현저히 느린 속도로 하락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달러의 수요가 많아지면 인플레는 더욱 가속화 된다. 이런 악순환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을 통해 세계는 국경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경쟁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며 선진국의 부는 저개발국으로 이전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이는 아주 제한적이었을 뿐이고, 오히려 부는 재분배되지 않고 한쪽으로 더 쏠리게 되었다. 못사는 나라는 계속해서 못살고 잘 사는 나라는 더 잘살게 되었다. 못사는 나라가 운나쁘게 무능하거나 포퓰리즘적인 권력자를 만난다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다. 이런 나라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요즘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하며, 어쩌면 비트코인이 이런 나라들을 위한 법정화폐가 된다면, 이 세계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문제들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택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을 은행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저가의 모바일 폰을 구할 수 있다면 그 누구든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세계 누구와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UN과 수 많은 NGO들이 몇 십년 동안 노력했지만 절대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비트코인은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역사상 최초로 한 국가에 대해서 통제 받지 않는, 총 발행 갯수가 정해져있는, 그 어떤 시스템보다 투명하게 관리가 되고 모든 것이 기록되는 통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부할 수록 비트코인이 인류에게 가져다 줄 혁신은 정말 어마어마 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폐란 결국 신뢰위에 만들어 진 것인데, 비트코인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 많은 의심과 조롱 속에 이 신뢰를 쌓아왔고 지금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은 개인을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비트코인은 개인이 국가가 통제하는 화폐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화폐이다. 


진짜 내 가치관,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방향과 비트코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너무 맞이 떨어져서 오늘 하루종일 엄청 설레이면서 비트코인을 공부했다. 예전에는 비트코인을 보면,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비트코인의 철학과 비트코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의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니, 비트코인을 화폐가치로 환산해서 보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비트코인이 비뚤어진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10년 후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비트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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