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May 30. 2022

자유를 위한 변명

자유에는 언제나 댓가가 따라다닌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예요?"

"자유,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는 자유를 꿈꿨다. 많고 많은 가치들 중 왜 자유일까?

이 질문에는 어떤 논리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굳이 이유가 필요할까 싶기도하다.

그냥 나의 영혼이 끌리는 것. 부재시 가장 고통스러운 것.    

댓가를 지불하고서라도 내 삶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나에게는 자유라는 가치가 그런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자유,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싫어하는 사람들과 얽히지 않을 자유,

내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

세상과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싫을 때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좋을 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이 모든 자유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중하다.




문명화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추구하고 지키며 살아가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이런 자유를 모두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 사람을 '또라이' 혹은 '무책임한 인간' 혹은 '방랑자'   

혹은 '이기적인 인간' 혹은 '루저'라 부를 것이다.

그 사람은 단지 자신의 자유를 최우선 적으로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지.


인간은 문명을 발달시키며 현 사회를 만들었는데,

이 사회가 움직이는 원리란 참으로 신기하다.

이미지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전략이라 평가받고,

겉과 속이 다르게 예의를 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훌륭한 인재로 평가 받는다.

나의 필요보다 타인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면 훌륭한 세일즈맨 혹은 마케터로 인정받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보다, 타인이 평가하는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데,

이게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자유를 지키며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제일 무서운 건 타인으로부터 나의 자유가 억압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가장 큰 감시자가 되어 스스로를 겸열하게 되는 것이다.

내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기 전에 스스로를 검열한다.

싫어도 좋다고 말하고, 좋아도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눈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는다.

우리는 기계가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만,

어쩌면 그 전에 인간이 기계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이 사회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말이지...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사회라는 톱니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부품1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더 이상 톱니바퀴 밖의 세상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더 톱니바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잘 돌릴 수 있느냐이다.

그런 삶이야 말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인정받을만한 삶이니까 말이지.




자유를 추구한다는 건

톱니바퀴를 효율적으로 더 빨리 돌리는 것이 최고로 평가받는 이 세상에서

굳이 톱니바퀴 너머의 세상에 관심을 두는 일이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오해받는 일이다. 


그렇기에 자유에는 늘 댓가가 따라다닌다.

자유를 위해서는 자유를 위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댓가는 때로는 혹독하지만,

그 댓가를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자유란 없으니까.

자유를 원하는 자는 때때로 피를 뚝뚝 흘리며 그 댓가를 치르게 된다.

그렇기에 자유에게는 변명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란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인 거라고.

그러니 이해는 하지 못해도, 그냥 그렇구나 알아는 달라고. 

작가의 이전글 나는 언제쯤 해방이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