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Nov 10. 2022

비건 한 달, 달라진 점 10가지

배달이 줄고 집밥이 늘고, 소비가 줄었다. 바지 사이즈는? 아직.... 

비건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더 게임 체인저스> 라는 다큐를 보고 '더이상 늦추면 안되겠다' 라는 마음에 즉흥적으로 계획없이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삶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아직 한 달 밖에 안된 초보 비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록하고 싶어서 적어보는 비건 라이프 한 달의 기록. 




1. 외식, 배달의 빈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배달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평소에도 자주 시켜먹지는 않았지만, 비건을 시작하면서 회사 팀런치 때 샐러드 한 번 시켜먹은 것을 제외하면 지난 한 달간 배달음식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어쩌면 못했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샐러드나 샌드위치류를 제외하면 비건 옵션으로 시킬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 금요일 밤에 치킨 시켜 먹는게 삶의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처음에는 이걸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치킨 말고 군고구마 먹어도 충분히 즐겁고 맛있었다. ㅋㅋㅋ 치킨 없이도 금요일밤을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다구!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는 했던 외식의 빈도도 확 줄었다. 힙한 비건 식당이나 외국음식 빼고 비건으로 외식할 수 있는 우리 동네 한식 옵션은 청국장, 순두부, 보리밥, 메밀국수, 김밥 정도인데 확실히 옵션이 적으니까 외식할 동기부여가 별로 안생긴다. 


2. 요리의 모든 과정이 즐거워졌다. 더불어 집밥을 해먹는 빈도가 높아진다.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요리가 재미있어졌다는 점이다. 채소와 야채를 씻고 잘라서 요리하는 과정은 일종의 움직임 명상 같다. 고기를 먹을 땐 채소가 메인이 아닐 때가 많으니 채소 각각의 고유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채소가 밥상의 주인으로 올라오니 채소 각각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맛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찌고, 굽고, 볶는 각각의 과정에서 어떻게 재료가 변해가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고 요리 방법과 소스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요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생고기와 생선의 비릿함과 핏물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 좋다. (이렇게 말하지만 스테이크 미디엄 레어, 스시, 사시미 엄청 좋아했다..) 집에서 요리 하는 걸 크게 즐기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생고기와 생선을 만질 때의 불쾌함 때문이었는데 비건 요리는 모든 재료가 채소와 과일이니 요리하고 치우고 버리는 모든 과정이 너무 깨끗하고 산뜻해졌다. 

야채만 찜기에 넣고 쪄도 너무 맛있다! 


3. 화장실에 자주간다. 

원래도 변비는 없었지만, 비건을 시작한 후 확실히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었고 더 산뜻하고 기분좋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 냄새도 거의 안나는 것 같은데, 이건 TMI 인가? >ㅁ< 


4. 밥먹은 후 졸리고 나른한 느낌, 배불러서 부대끼는 느낌이 사라졌다. 

이건 비건을 해서 일 수도 있고, 먹는 음식의 종류가 훨씬 더 건강해져서 일 수도 있다. 매일 신선한 채소로 요리해서 먹으니까 배부르게 먹어도 배부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부대끼고 나른한 느낌은 전혀 없다. 배부르게 먹어도 한시간 정도 산책하면 기분좋게 배가 꺼진다. 


5. 다이어트는..? 아직 모르겠다. 

비건 하면 살빠진다는데...그건 아직 모르겠다. 비건을 시작한 후 식사량은 조금 늘었고, 운동량은 많이 줄었다. (나는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 겨울에는 운동량이 확 떨어진다.) 전보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데 몸무게는 0.5~1kg 정도 쪘으니까 이건 그냥 큰 변화 없는 걸로 치자. 


6. 새로운 잔취미- 베이킹과 수제초콜릿 만들기-가 생겼다. 

동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빵들에는 모두 버터, 우유가 들어간다. 깜빠뉴나 사워도우는 가끔 뚝섬 오피스에 가면 사올 수 있는데 빵사러 매번 성수동까지 갈 수도 없어서 베이킹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너무너무 재미있다! 의외로 통밀빵, 깜뺘뉴 같은 빵들은 들어가는 재료가 간단해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발효와 맛있게 굽는게 어렵긴 하지만) 지금까지 3번 정도 빵을 구웠는데 매 번 다른 결과가 나오고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빵 만드는 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배우고 싶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초콜릿인데 비건 초콜릿 구하기 너무 힘들 뿐더러 가격도 저세상으로 비싸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비건을 시작한 친구가 진짜 간단하다며 레시피를 알려줄 때까지만해도 그래도 좀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간단하게 만들수 있고 사먹는 초콜릿보다 훠어어어얼씬 맛있고 건강하다. 3번 만들어서 한 번은 회사 가져가서 동료들과 함께 먹었는데 회사 동료들도 모두 인정! ㅋㅋㅋ 앞으로 초콜릿은 평생 만들어 먹을 것 같다. 


내가 만든 수제 초콜릿과 비건빵! 빵은 아직 갈길이 멀지만 수제 초콜릿은 진짜 맛있다! 


7. 쓰레기를 줄이려 더 노력하고 개인의 탄소배출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 환경, 동물권 이 세가지 이슈에 공감해서 비건을 하는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비건을 한다는 것은 매 끼니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인지하고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매 끼니마다 스스로 비건임을 인식하고 식사를 하게 되니 삶의 다른 분야로도 이런 문제의식이 퍼져나가서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가급적 혼자서 이동하는데 대중교통 옵션이 있을 땐 차를 몰지 않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은 최소한으로 줄이게 된다. 이 외에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나의 불편을 조금 더 감수 할 수 있는 마음의 자리가 생기게 된다. 


8. 내가 먹는 것을 스스로 기르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온다. 

텃밭에 대한 로망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비건을 하면서 이런 로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내가 먹는 건 직접 기르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져간다. 


9.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삶을 더 단순화 하게 된다. 

비건과 미니멀리즘은 사이에 관련이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비건은 세상에 있는 수 많은 먹거리 중 나의 몸과 영혼에 반드시 필요한 것만 취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세상에 있는 수 많은 물건들 중 나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 것. 비건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나에게 있는 물건들을 조금씩 비우기 시작한다. 몇 년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지만 버리지 못하고 있던 옷들,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조금씩 버리고 있다. 나의 존재를 밝게 빛낼 수 있는 것들만 남겨서 그것들과 함께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다. 


10. 소비가 줄어든다. 

고기, 생선, 유제품을 안먹고 대부분의 간식류를 못먹으니 외식비, 식비가 줄어든다. 물건을 새롭게 사고 싶다는 마음이 줄어드니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탄소배출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니 운전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어 교통비도 줄어든다. 이렇게 소비가 줄어들면 돈을 벌 이유도 점점 더 줄어드니까 이미 가진 것으로 만족하며 그야말로 존재하는 삶으로 극적인 전환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막상 쓰고 보니 고작 비건 한 달 했는데 엄청 장황하게 쓴 것 같기도 해서 부끄럽지만, 모두 사실은 사실이니까! 앞으로 남은 한 해도 초보 비건러로 건강하고 즐겁게 잘 살아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내 맘대로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