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열고 혓바닥은 입천장에

[상담의 기술 ①]

by 행복한 레몬

50대 초반의 여성이 상담을 왔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동시에 고개를 들기도 전에 쏟아내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담자 : 제 머리 누가 잘랐는지 아세요?

밝은 갈색에 층진 단발머리다.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내담자 : 제가 잘랐어요. 남편이 어느 날 쩝쩝대고 밥 먹는 걸 보는 순간 '그만 쩝쩝 거려!!'라고 소리를 치고 그 후 10분이 기억나지 않아요. 밥상을 다 엎고 남편을 밀고 화장실에 씩씩 대고 들어왔는데 저의 긴 머리가 너무 이상해 보여서 가위로 제가 제 머리를 자른 거예요.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 엉망인 거예요. 근데 집에 예전에 사뒀던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는 염색약이 있어서 저 혼자 했더니 사람들이 또 발랄해 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기분은 나아졌지만 그날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딸에게 이 얘길 했더니 '엄마 왜 그러는 거냐'라고 놀라길래. 애들 걱정시키기 싫어서...

끼어들 틈이 없다. 10분이 지났다. 끼어 들어서 말을 자르고 싶은 나의 욕구를 눌러본다.

●내담자 : 이얘길 동네 친한 동생한테 했더니 저 보고 손기술 있다는 거예요. '언니 내 머리도 좀 숱좀 쳐줄래?" 그래서 '진짜 나한테 맡기고 후회 안 할 거냐'라고 물으니 '괜찮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남의 머리도 잘라봤는데 그동생도 만족하고 괜찮은거에요! 홍홍홍 그걸 동네 미용실 하는 사람이 보더니 저한테 손재주 있는 것 같다고 홍홍홍 진작 미용 좀 해볼걸 그랬나 봐요. 제가 음식도 좀 하고 손으로 하는 건 원래 다 잘하긴 했었는데..

맥락 없는 것 같은 많은 사건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빠르게 돌아가는 나의 뇌와 춤추려는 나의 혓바닥을 천장에 딱 붙여 본다. 아직 아니다.

●내담자 : 이렇게 우울하게 된 게 제가 요즘 못 쉬었던 것 같아요. 시댁이나 친정에 끊임없이 무슨 일이 생기기도 했었고 남편이 절 무시하면서 비교하는 것도 계속 듣기 싫었는데 그날 내가 미쳤지 잘 참다가..

이때다!

○상담사: 요즘 우울하다는 생각을 하셨어요? 남편분이 선생님을 왜 무시하셨어요?

●내담자 : 남편이 친구들의 아내와 절 비교하면서 집에만 있다면서 뭐 사면 눈치가 보이고... 이번에 친정어머니가 아프셔서 돈이 좀 들었는데 그러니 더 눈치가 보이고... 저도 좀 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사실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상담사: 그러셨군요. 흠.. 선생님 음식솜씨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단지내 어린이집에 일이있어요. 5살 미만 어린이 15명과 선생님 3분이 있는 가정 어린이 집에 점심 식사 준비 해주시는 일이요. 50인 미만 어린이집의 식사는 자격증 없이도 가능하고 시간도 짧고 집에서도 가까우신데 한번 해보시겠어요?

●내담자 : 정말요? 저도 일할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떨리지만 눈빛은 소녀처럼 반짝인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찰]이다.

내담자의 뱉어내듯 하는 대화 중 두서 없는것 같지만 분명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표현을 어떻게 할지 잘 들어봐야 한다.

어떤 이미지로 할지 비언어적 표현으로 할지 아니면 자신의 얘기가 아닌 남 얘기처럼 할지 그 내용은

복잡하지만 잘 들으면 키워드가 숨어있다.

'돌려서 말하는 진실'을 찾으려면

집중해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제가 잘랐어요. 남편이 쩝쩝대고 밥 먹는 걸 보는 순간 _ 남편에 대한 분노

■애들 걱정시키기 싫어서_억누르고 인내하는 마음

■손으로 하는 건 원래 다 잘하긴 했었는데_자신의 유능함 인식

■이렇게 우울하게 된 게_현재 자신의 감정 변화 직시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내담자가 말하고나 하는 말을 대충 먼저 짐작하게 되고 중간에 끊고자 하는 욕구!

또는 정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들끓는다.

그럴 때는 나는 행동요법으로 나의 혀를 입천 장에 딱 붙여 둔다.

나의 판단을 멈추고 그 빈 공간을 내담자의 에너지스로 스스로 채워지게 기다린다.


인간은 문제 투성이지만

분명 답도 스스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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