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발병하고 내가 휴직하는 동안 조카들을 돌보게 되었다.
작년에는 1년 동안 함께했고, 올해는 조카들이 등교를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정도 돌봐주었다.
첫째는 무던한 성격이라 나와 잘 지냈고, 막내는 내 성격을 변하게 할 정도로 나와 잘 맞지 않았다.
한 번은 살짝 가리는 음식이 있는 둘째가 내가 한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둘째가 때를 쓴 건 아니지만 어린 조카가 굶으면 안 되기에 화도 짜증도 내지 않고 오히려 첫째가 그냥 먹게 하라고 했음에도 난 둘째 최애 음식인 치킨마요를 만들어서 주고, 김치볶음밥은 첫째와 나눠 먹었다.
근데 우스운 건 둘째가 우리가 너무 맛있게 먹자 나중엔 같이 먹더라는 거다.
그날 난 차분함+10, 이해력+30을 얻었다.
둘째는 태권도 차를 기다릴 때 나와 함께 나가는 걸 싫어했다.
이모랑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라며 반대했다.
너무 싫어했지만 1학년을 어찌 혼자 보내는가 싶어서 함께 나가서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가 매번 실랑이하기 싫어서 베란다 보면 학원차를 타는 모습이 보이길래 원하는 대로 혼자 타러 나가게 해 주었다.
둘째가 함께 나가기 좋아하는 사람은 형, 엄마, 막내 이모이고 아빠와 난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아빠와는 학교도 함께 가기 싫어해서 형부가 많이 고생하셨다.
우리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오면, 집에 가는 날 쳐다보지 않고 빨리 가버리라고 하고, 나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썩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럴 때면 집에 와서 둘째와 친해지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고 저 나이 때 왜 그런지 육아서적까지 찾아가 보면서 둘째의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을 했다.
사실 속이 상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집에서 혼자 운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 둘째가 2학년이 되더니 사회화가 되어가는 건지 내 맘을 10% 정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첫째 조카가 이모가 우리를 위해 무보수로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는 건데 이모에게 잘해주라고 하니깐 둘째가 방에 가서 지갑을 가지고 나오더니
“이모! 내가 월급 줄게”
하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주었다.
그러면서
“이건 21년도 월급이고 22년 되면 또 줄게”
라고 말한다.
이 놈 이 놈 완전 악덕 고용주 아닌가?
내가 너희들에게 해주는 게 얼만데 천원이라니! 하하하하
그래도 둘째 조카에게 받은 저 천원이 왜 이리 좋고 감격스럽던지 자꾸만 웃음이 나고 행복하다.
저 귀한 천원을 내 서랍장에 고의 모셔뒀다.
어른들이 말하는 아이들이 커가는 즐거움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이모 ‘통장’이 ‘텅장’되는 한이 있어도 레고도 사주고 맛있는 밥도 사주고 싶은 내 악덕 고용주들!
아프지 말고 바르고 건강하게만 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