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준비

by 레몬쟁이

깜박깜박깜박


메모장을 열고 잠깐 생각을 하는 사이 커서가 깜박깜박깜박거린다.

난 준비되었다고, 너만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출발하자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세상은 내 마음은 내 발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적당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시간이 흐름이 느껴지지만 외면한다.

잘 못 되었음을 알지만 외면한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먹어간다. 여유를 부린 건지 고집을 피운 건지, 난 멈춰 있었다.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두려웠다. 책임도 두렵고, 잘할 자신도 없고 그래서 가지 않았다.

근데 이번엔 가야 한단다. 이번에 못 하면 다신 기회가 없단다.

기회가 없다는 그 말에 아차 싶었다 내가 늦장 부렸구나 순간 등짝 한대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자신 없지만 가기로 했다.

안돼도 그냥 시도해 본 것에 대해 의의를 두자.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출발선에서 신발을 고쳐 신고 걷기 시작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래도 일단 걸어보자. 더 이상 걷지 못할 때까지 걸어보자.

도착하지 못해도 풍경 구경은 멋들어지게 했다며 경험담을 떠들어대 보자.

그래 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귀여운 악덕 고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