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정을 끝내며.

by 레몬쟁이

1년 2개월 나의 긴 여정이 끝났다.

작년 8월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얼떨결에 시작해서 당황했다.

하루에 많게는 4~6회의 주사를 내가 스스로 배에 놔야 하는 상황에 당황하고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남편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그러면 안 되지만 짜증도 났다.

내가 주사를 놓아야 하는 순간만 되면 남편은 숨을 죽였고 정말 온 사방이 조용했다.

매일 마시던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대처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마시던 맥주 한 캔은 생략하게 되었다.

체력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조금만 많이 움직이면 열이 37.8까지 올라서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한 첫 번째 시험관 시술이 끝나고 ’ 비임신‘ 결과로 끝났다.

첫술에 배부르랴! 처음부터 성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게임도 삼세판인데 세 번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 맘으로 두 번, 세 번 진행했지만 여전히 실패였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속상했다. 집 근처 산을 걸으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해보기로 했다.

남편과 자주 보는 롤 경기에서 5판 경기로 역전승하는 경우도 많이 봐 왔고 시어른들께 말씀드렸을 때 세 번은 적다고 받아들이실 것 같아서 두 번 더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이라 네 번째 실패는 너무나 큰 좌절감을 주고 말았다. 길을 가다가 울고 가만히 있어도 슬프고 가슴이 답답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슬픔과 좌절감이 너무 커서 바로 시작하지 않고 쉬었다. 동군이 강력하게 권유했다.

체력 회복 후 진행하자 해서 운동도 하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추석이 지나고 마지막 시도를 했지만 좋은 소식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나의 배엔 주사로 인한 멍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약 먹을 시간을 맞춰놨던 알람들이 하루에 세 번 여전히 울려댄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에겐 축복이 오지 않았다.


나의 여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두 번째 병원 갔을 때 어떤 분이 주사 수첩 대신 산모수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나도 그 산모수첩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매우 슬프다.

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씩씩한 척했지만 나락까지 떨어진 내 마음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극복하도록 노력해야지 되뇌어 본다.


나는 비록 좋은 일이 없었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노력하고 계실 분들에게는 꼭 나와 다른 축복이 생기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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