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그린 May 02. 2022

이유없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책

얼마 전 <생각 속의 집> 블로그에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표지의 그림과 제목을 보고 왠지 궁금한 마음에 밀리의 서재 에서 먼저 읽어보았었다. 읽는 동안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이야기 같기도 한 책이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언니에게 선물하고 나에게도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전자책도 편리하고 좋지만 종이책으로만 전해지는 어떤 느낌이 좋을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랬다.

십 년 전쯤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든 시기가 왔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명상이라는 것도 책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때를 계기로 명상과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내 안의 어린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꽃집을 운영하는 몇년 동안 몸과 마음이 주기적으로 아팠었다. 그냥 막연히 과로를 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픈 거라고 생각하고 병원도 다녀보고 좋다는 약들도 먹어보았지만, 괜찮아지다가  또다시 아프고의 반복이었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마음에 하던 일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 동안 내가 내 안의 그림자 아이를 돌보고 안아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소개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결혼에 큰 관심도 없었고 혼자만의 시간이 즐겁다는 걸 알아가던 때여서 처음엔 별생각 없이 만났었다. 그러다 세 번째 만날 때쯤 혼자 아파서 틀어박혀 있던 나를 남편이 찾아와서 병원에 데려가 주고 돌봐주었다. 


독립하고 혼자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아프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안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아프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의지를 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아마도 남편은 그때 내 안의 불안해하는 어린아이를 알아봐 준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결혼해서 같이 살고 있는 지금도 남편은 나의 어떤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느낌이 든다. 그런 남편 덕분에 나조차도 외면하고 싫어했던 내 안의 그림자 아이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그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두려웠었는데,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들이 설레고 좋기도 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나에게 해주고, 받고 싶었던 사랑을 스스로에게 주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혹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쫓아가느라 아프고 지치고 힘들 때, 쉬어가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말이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었다. 그리고 그 말을 과거의 나에게, 나와 같은 상황일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이 책을 통해서 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에 책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