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진학 전 특수 유아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지도해야 해요

by 레몬자몽

요즘은 특수 유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서류를 쓰는 기간이에요. 특수 유아들이 초등학교에 가기 전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은 뭘까요? 덧셈과 뺄셈? 한글 읽기? 많은 사람들이 '학습'을 떠올려요. 하지만 모든 특수 유아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은 바로 자조 기술 중 '용변 처리 기술'이에요.

자조 기술은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으로 자신을 돌보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화장실 다녀오기, 양치하기, 밥 먹기, 옷 입기, 자신의 물건 챙기기 등을 포함합니다. 그 중에서도 '용변 처리 기술'은 말 그대로 보조 없이 스스로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능력이에요. 특수 학교로 진학하든, 일반 학교로 진학하든 이 기술은 반드시 필요해요.




왜 용변 처리 기술을 배우기 어려운가요?


혼자 화장실 다녀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는 당연하지 않아요. 오늘 글은 다소 냉철하지만, 현실이에요.


유아들이 용변 처리 기술을 배우기 어려운 이유는, 편하게 아무 때나 기저귀에 배설하다가, 정해진 공간에 가서 정해진 방법으로 배설하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에요. 특수 유아들의 경우 장애로 인한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어떤 유아는 기저귀에 배설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감각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필요를 못 느껴요. 어떤 유아는 화장실 변기 물이 내려가는 것이 폭포가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무서워해요. 또 어떤 유아에게는 용변 처리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스스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바지를 내리고, 대소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고, 다시 바지를 올리고, 변기 물을 내리고, 손을 씻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단계들을 잊어버리기도 해요. 어떤 유아는 소근육 기술이 부족해서 바지를 내리는 것도 힘들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어떤 보호자들은 자녀가 장애가 있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힘들게 용변 처리를 가르치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해요.




용변 처리 기술은 왜 중요한가요?


1. 어릴 때 아니면 배울 기회가 없어요


유아기는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특수 유아라고 다르지 않아요.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시기에 습관을 들여 놓아야 커서도 할 수 있어요. '우리 아이는 조금 느리니까 나중에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아이에게 '나는 기저귀에 배설해도 누군가 깨끗하게 씻기고 갈아줄 거야.'하는 생각을 더 견고하게 심어줄 뿐이에요.


또한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학급 당 아이들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교사가 유아 한 명의 용변 처리 기술 지도를 위해 온전히 집중할 수 없어요. 그나마 교사-유아 비율이 적은 유치원에 있을 때가 유일하게 일관된 지도를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2. 컸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장애 자녀가 있는 보호자들은 당장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버겁기 때문에 자녀의 성인기를 상상하지 못해요. 많은 보호자들이 '내 아이 기저귀 갈아주는 거 수없이 했는데 별 거 아니지 않겠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인의 기저귀를 하루에 몇 번씩 갈아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여자아이라면 초등학생만 돼도 생리를 시작해요. 이 때마다 호르몬 변화로 점점 짜증도 많아지지요. 생리대가 불편하다고 뜯어서 아무 곳에나 두기도 하고, 생리혈이 묻은 옷을 벗어버리고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해요. 냉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호자들은 '내가 없을 때, 서른이 넘은 내 아이의 기저귀나 생리대를 대신 갈아주고 아이를 씻겨줄 사람이 과연 있을 것인가?'를 지금부터 생각해야 해요.


또 장애 자녀는 성인이 되어도 그 가족, 특히 보호자가 지속적으로 돌보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해요. 다 큰 자녀의 용변 처리를 대신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우울감과 무력감을 동반합니다. 나중에 복지관 같은 기관에 자녀를 맡길 때에도, '복지사 분들이 잘 해 주실까?'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한편으로는 복지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맘 편히 자녀를 맡기지도 못해요.


3. 성인 기저귀값 무시 못해요


용변 처리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면 결국 성인기에도 기저귀를 차게 됩니다. 그러면 하루에 최소 4번은 기저귀를 갈게 되겠지요. 많게는 8번 이상도 갈아요. 하루에 쓰는 기저귀를 5개라고 계산하면, 저렴한 브랜드의 성인 기저귀를 산다고 해도 한 달에 10만원 이상의 고정지출이 생기는 셈입니다. 1년이면 최소 120만원, 거기다가 아이에게 들 추가적인 지원인력 비용과 오르는 물가까지 생각하면 적지 않은 돈이지요.


4. 아이의 존엄성을 위한 일이에요


보호자가 평생 아이 옆에서 용변 처리를 대신해 줄 수는 없어요. 학교, 복지관, 치료실 등에서 만나는 다양한 외부인들이 용변 처리를 대신 해 줄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녀가 만나는 사람들은 계속 바뀔 거예요. 용변 처리를 해 주는 사람이 학교 선생님, 실무사, 자원봉사자가 될 수도 있고, 복지사, 사회복무요원이 될 수도 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주고 맡겨야 하는 자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해요. 아무리 인지 수준이 낮은 중증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낯선 사람이 자신의 몸을 보는 건 큰 스트레스예요.




제가 처음 유아특수교사로 발령 받은 유치원에는 7살까지도 기저귀를 차고 있던 여자 어린이가 있었어요. 이미 지도가 많이 늦은 상태였지요. 어머니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용변 처리 기술 지도를 원치 않으셨어요. '인지가 너무 낮아서 이미 한 번 실패했고, 앞으로도 가르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도 하셨어요. 실제로도 언어로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어린이였어요.


하지만 어머니를 설득해 5월부터 지도를 시작했어요. 처음 두 달 동안은 난리도 아니었어요. 교실 바닥, 매트 위, 트램펄린 위, 볼풀장 안... 여기저기에서 소변을 보고, 저를 때리기도 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면서 1시간을 넘게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7개월 동안 매일 일관되게 지도한 결과 10번 중 9번 이상은 변기에 대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마지막에 옷 매무새 정리만 해 주면 되는 수준으로 유치원을 졸업했어요. 지금도 보호자께서 가정에서 지도를 계속 하셨다면 아마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정도가 되었겠지요.


물론 지체장애로 몸의 움직임 자체가 어려워 지도가 어려운 유아들도 있어요. 하지만 조금의 학습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최대한 어릴 때 지도해서 수행 정도를 끌어올려 두어야 해요. 안 되는데 지도하라는 뜻이 아니라, '신체적 수행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인지, '할 수 있는데 아이가 안쓰러워서, 또는 내가 힘들어서 안 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용변 처리 기술 지도는 교사에게도 정말 지치고 힘든 일이에요. 교사도 그냥 기저귀 채우고 깔끔하고 편하게 수업만 해도 됩니다. 하지만 저는 아주 무섭고 단호하게 해서라도 지도해요. 용변처리 기술은 자녀와 보호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에요.


*대표 이미지 출처: canva


2024년 9월 22일 뉴닉(NEWNEEK)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newneek.co/@lemon99/article/1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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