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워터멜론> 속 코다(CODA)

낯설지만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

by 레몬자몽
워터멜론.jpg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 포스터(출처: tvN 홈페이지)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왜 갑자기 방영한 지 1년이 넘은 드라마를 소개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한국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코다(CODA)'라는 소재를 활용한 드라마이기 때문이에요.




'코다(CODA)'? 무슨 뜻이지?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농인(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청인(청각장애인이 아닌 사람) 자녀를 뜻해요. 다시 말해 부모는 모두 청각장애인이고, 자녀인 자신은 청각장애인이 아닌 것이지요. 드라마에서는 코다를 이렇게 설명해요.


은결.jpeg 악기점 할아버지에게 '코다'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어린 은결


"비밀 하나 알려줄까? 너도 코다란다."

"저도요?"

"너처럼 가족 중에 혼자서만 듣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을 코다라고 불러."

"저 같은 아이가 저 말고 또 있어요?"

"그럼. 있고 말고.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를 이어주는 사람들이지. 말과 손으로, 그리고 때로는 너처럼 음악으로."


- <반짝이는 워터멜론> 1화 중




그러면 청각장애를 다루는 드라마인 건가?


<반짝이는 워터멜론> 속 인물 관계도

청각장애를 핵심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아니에요.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즉 '코다(CODA)'인 '은결(려운)'이 음악에 대한 꿈을 품고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그 안에서 농인이나 코다와 같은 주제를 무척 자연스럽게 다루었어요.


3문장 줄거리

가족과의 소통 문제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은결은 우연히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게 돼요.

과거에서 어린 시절의 아빠인 '이찬(최현욱)'과 밴드를 결성하며 자신과 가족의 관계를 재발견하고, 음악을 통해 가족의 세계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 드라마예요.

'은유(설인아)'와 어린 시절의 엄마인 '청아(신은수)' 등 여러 인물들과 함께하는 청춘의 모습도 담겨 있어요.




드라마에서는 '코다'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드라마에서는 은결이 농인의 세계와 청인의 세계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와요. 아래는 어린 은결이와 은결이의 엄마가 수어로 나누는 대화의 일부분이에요.


눈.jpeg 엄마에게 '눈이 내리는 소리'를 설명하는 어린 은결


"눈은 소리 없이 내리는 거 아니야?"

"내 귀에는 들려."

"어떤 소린데?"

"엄마가 햇빛에 말려 준 빨래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리."

"눈은 차가운데 소리는 따뜻해? 우리 은결이는 시인이 되려나 보다."


- <반짝이는 워터멜론> 1화 중




그러면서 은결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빨리 알아버리게 되기도 해요. 아래는 농인이라고 무시하고 안 좋은 식재료를 가져온 거래처 사장과 엄마 사이에서 통역을 하는 어린 은결이의 모습이에요.


거래.jpeg 거래처 사장과 엄마 사이에서 통역을 하는 어린 은결


"당장 가져가시래요. 자꾸 안 팔리는 재고품 가져오시면 거래 끊으시겠대요."

"내가 언제?"

"열심히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데, 재료로 장난치지 말래요."

"장난을 치다니, 누가? 내가?"

"말 못하고 못 듣는다고 바보 아니래요. 사기 칠 생각 말래요. 지금까진 아빠 때문에 넘어갔지만, 더는 못 참으신대요."


- <반짝이는 워터멜론> 1화 중




하지만 은결이가 이런 '다리' 역할을 하면서 부담을 느끼는 순간도 묘사해요. 아래는 어린 은결이와 은결이의 아빠가 수어로 나누는 대화의 일부분이에요.


아빠.jpeg 위험한 상황에서 은결을 제일 먼저 구할 거라고 말하는 은결 아빠


"아빠, 만약에 형이랑 나, 둘 다 위험하면 아빠는 누구부터 구할 거야?"

"당연히 은결이 너지."

"나? 에이, 거짓말."

"진짜야. 물론 아빠는 우리 가족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할 거야. 하지만 아빠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될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아빤 널 먼저 구할 거야. 왜냐하면, 넌 뛰어가서 아빠를 도와줄 누군가를 반드시 불러올 거니까. 은결이 넌 우리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목소리니까. 천사니까."

(어른이 된 은결의 나레이션)

... 후회했다. 물어보지 말걸.
그 날 이후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아빠의 대답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렸다.


- <반짝이는 워터멜론> 1화 중


이외에도 드라마에는 은결이가 코다로서 마주하는 어려움, 자라면서 하게 되는 고민,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 자아와 꿈을 찾아가는 모습 등이 잘 드러나 있어요. 드라마가 더 궁금하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이래서 더 웰메이드 드라마야!(스포 주의)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히 '코다'라는 새로운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만이 아니에요. 특수교사인 제 시선으로 바라본 이 드라마는, 이래서 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말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장애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했어!


드라마 속에서 은결의 형 '은호(봉재현)'는 농인이에요. 하지만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는 '인싸'로 등장해요. 또 카페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은결과 스스럼없이 수어로 대화하기도 해요. 이처럼 장애인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묘사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장애를 건강하게 다룬 점이 인상 깊었어요.


2.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어!(스포 주의)


과거로 간 은결은 어린 시절에 청인이었던 아빠를 만나게 돼요.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청각을 잃게 된 것을 알고, 사고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하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는 못해요. '보나마나 사고를 멋지게 막아내고 장애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전개겠지.'라고 생각했던 제 예상을 깬 결말이었어요. 사고는 막지 못했지만, 결말에는 농인으로 살아가면서도 (과거와 다르게)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 아빠의 모습이 등장해요.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지요. 질병처럼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하나의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장애를 없애고 행복해질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하면 장애와 함께 살아가며 행복할 것인가?'를 잘 나타냈다고 볼 수 있어요.




유아특수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저도 코다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인 코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올해가 끝나기 전, <반짝이는 워터멜론> 정주행을 추천해요! (티빙에서 볼 수 있어요.) '드라마는 호흡이 길어서 못 보겠어!' 하던 제가,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선덕여왕>이었던 제가, 끝까지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랍니다.


2024년 11월 16일 뉴닉(NEWNEEK)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newneek.co/@lemon99/article/1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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