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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유아특수교사로 일하는 건 어떨까? - 2부

유아특수교육 현장의 과제와 방향성

by 레몬자몽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https://brunch.co.kr/@lemon99/43


Q8. 그렇다면 현재 선생님이 계신 지역에서 통합교육은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 지원 인력, 행정적 지원, 특수 유아를 수용하는 분위기 등 여러 요소 중 특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거북이]

우선 A지역은 통합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특수교사가 먼저 부분통합교육을 하는 상황이에요. 혼합 연령 배치와 지원 인력 부재를 핑계로 부분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일반유아 교사들도 부분통합만 경험하다 보니까, 완전통합에 대한 거부가 심해요. 유아특수교사들이 통합교육을 모두 다르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교육의 실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절미아몬드]

통합교육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곳이 절반, 알게 모르게 되고 있는 곳이 절반 같아요. 그렇지만 부분통합의 분위기가 완연해요. 특수 유아들이 힘들어서 특수교사가 먼저 분리 교육을 하는 곳도 있고, 통합학급 교사가 힘들다고 분리하자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Q9. 통합교육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거북이]

우선 아이들의 연령별로 유아특수교사가 배치돼야 해요. 그리고 유치원의 완전통합교육 운영과 관련된 시행법이 필요해요. 유치원 특수 유아들의 완전통합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모든 유치원 구성원들에게 불이익이 제공되는 것처럼요. 성과급이나 승진, 이동 점수 같은 것에 불이익이 있는 거죠.


Q9-1. 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이나 단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거북이]

‘완전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라고 강제성을 띠어야 해요. 법으로 정해져야만 할 것 같아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도 통합교육을 하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치원은 완전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라고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까 와닿지 않는 거예요. 구체적인 시간이나 형태까지도 시행령에 명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Q10. 특수 유아의 통합을 둘러싼 보호자의 기대와 실제 현장 여건 사이에 괴리를 느꼈던 적이 있나요?


[거북이]

유아기에 당연히 발달상 분리 교육을 원하지 않는 보호자의 의견과 유아특수교사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분리 교육을 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유아뿐만 아니라 그 가족을 지켜줄 대변인 역할의 유아특수교사로서 그 가정에 좌절감, 절망감 등을 경험하게 한 것 같아서 자괴감을 느꼈어요.


[인절미아몬드]

저는 오히려 유아가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보호자가 지나치게 걱정하고, 일대일 지원만을 바란 경우가 있었어요. 설득하려고 했지만, 보호자의 트라우마 때문에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어요. 이렇게 아이의 능력을 오히려 보호자가 제한할 때 속상했어요.


사실 모든 보호자는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고 올 때,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온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가 완전통합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아이 스스로가 스트레스 받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완전통합교육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처음 교사를 만나서 교사의 태도를 보고, 한쪽으로 결정하는 것 같아요.


Q11. 통합교육을 위한 환경 구성이나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있어, 현재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 연수, 교재, 자료, 컨설팅 등 실제로 필요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인절미아몬드]

연수 강사진이 너무 제한적이고, 내용도 반복돼요. 지금 통합교육 관련 연수는 꼭 학교에서 ‘통합학급 담당 1명’이 오라고 해요. 센터에서도 작년에 했던 연수를 그대로 해요. 지금보다 현장이 좀 더 반영된 연수가 열리면 좋겠어요. 인간으로서 울림을 주는 연수가 특수교사와 일반교사 모두를 대상으로 열리면 좋겠어요.


[거북이]

저는 행정 및 제도적으로 유치원의 완전통합교육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A지역의 경우에는 유치원 특수학급이 있는 곳에만 계속 증설되고 있고, 없는 곳이 훨씬 많아요. 신설이 안 되니까 특수 유아들이 먼 곳으로 통학해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Q11-1. 그러면 특수학급에 다니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 하는 사례를 알고 계시나요?


[거북이]

아침에 대중교통을 타고 유치원에 와요. 만 3세 특수 유아가 보호자랑 같이 집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10분 걸어와서, 여섯 정거장을 와서, 또 거기서 유치원까지 10분을 걸어와요. 어머니께 괜찮은지 여쭤봤는데, “근처에 만 3세 특수 유아를 받아주는 유치원이 없어요. 그래도 여기 다닐래요.”라고 하셨어요.


Q12. 행정기관(특수교육지원센터, 교육지원청 등)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요?

- 잘되고 있는 점과 아쉬운 점을 함께 말씀해 주셔도 좋고, ‘이런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좋아요.


[거북이]

현장의 혼란과 답답함은 곧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교육지원청도 생각보다 더 수직적인 구조예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또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신규 교사 발령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센터에는 현장 경험이 많아서,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이걸 지원할 수 있는 교사가 근무해야 해요. 현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센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만, 센터 역시 지역마다 운영 방식이 너무 달라요.


[인절미아몬드]

저도 신규 교사 발령을 전부 센터로 내 버리는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하고 싶었어요. 센터는 고경력 교사들이 가서 진단 및 평가를 하거나, 영아 학급을 맡아야 해요. 또 센터와 교육지원청은 교사와 부모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잘 지키고, 갈등을 중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해요.


Q13. 경기도라는 광역 단위에서 특수교육이 지역별로 균형 있게 운영되려면 어떤 방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거북이]

아주 큰 틀에서는 사회적으로 지역별 균형 발전이 있어야 교육의 움직임도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경기도교육청 자체에서 자율성이 가득한 매뉴얼을 내려주기 때문에 광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특수교육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인절미아몬드]

맞아요. 경기도 차원의 특수교육 실행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해요.


Q14. 그렇다면 경기도에서 최근 유아특수교육과 관련해 인상 깊었던 정책 변화나 시도가 있었나요?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장에서 체감된 변화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거북이]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유아특수교육 전공 장학사 TO가 1명 나왔어요. 또 A지역에서는 경기도 중남부권역 유아특수교사들을 대상으로 SCERTS* 연수를 실시했고요. 이 두 가지가 긍정적인 변화로 느껴졌어요.


[인절미아몬드]

저는 특수교육 종일반 운영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오히려 부정적인 변화예요. 아직 경기도에서는 완전통합교육이 100% 실현되지 못하고 있고, 방과후 지원 인력에 대한 요구도 여전한 상태예요.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 종일반만 확대하는 건 결국 분리교육을 더 확대하는 꼴이거든요.


*SCERTS: 자폐 범주성 장애가 있는 개인의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 감정 조절(Emotional Regulation) 및 상호작용을 지원(Transactional Support)하도록 설계된 포괄적이고 다학제적인 종합교육접근 방식.


Q15. 앞으로의 유아특수교육, 특히 경기도의 특수교육이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겠나요?

- 교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지점이 있다면요.


[거북이]

우선 교사로서는, 모든 유아특수교사가 완전통합교육을 기반으로 유치원 통합교육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건…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장애를 이유로 분리해서 교육하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함께 완전통합교육을 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의 이러한 인식이 곧 사회의 인식이 될 거예요.


[인절미아몬드]

저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아이들의 행복을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은 장애 유아이기 이전에 ‘유아’이고, 모두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Q16. 경기도로 유아특수 임용을 준비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거북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의 힘을 가지고 오면 좋겠어요. 나를 스쳐 가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완전통합교육 하니까 너무 좋고 괜찮다!’라고 느끼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 아이들이 제일 사랑스럽고, 우리 아이들만이 이 일을 오래오래 해나갈 이유가 돼요.


[인절미아몬드]

유아특수 현장은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요.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더 사랑스러워요. 어느 지역이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 주러 오세요! (웃음)




동료 유아특수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보다 유아특수교육 현장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또 우리 아이들을 위해 현장에서 함께 노력하는 모든 동료 선생님들을 더 응원하게 되었어요. 저를 포함한 유아특수교사들이 현장에서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칠게요.


*본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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