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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유아특수교사로 일하는 건 어떨까? - 1부

교육 현장을 지키는 선생님들 이야기

by 레몬자몽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오늘 글은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유아특수교사 두 명의 이야기예요.

다른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는 아주 이상적인 유아특수교육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교육 현장이 제 근무 환경과 동일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경기도는 서울과 어떤 점이 다른지, 근무 경험은 어떤지 동료 유아특수교사들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글은 우리나라 유아특수교육 현장의 문제점과, 현장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일부 제시하고 있어요.

모든 유아들을 위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요.




Q1. 경기도는 지역이 넓고 다양하잖아요. 두 분이 근무하시는 지역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 지역의 특성이 근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거북이]

경기도 A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여기에서 살아서, 근처 주소나 학교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아요.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출퇴근에 쓰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크지 않은 것도 좋아요.


[인절미아몬드]

저는 경기도 B지역에서 근무해요. 경기도는 지역이 넓고 다양해서, 그게 참 문제가 돼요. 예산 편성과 운영이 모두 교육지원청에 따라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역 분위기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상황이 펼쳐져요. 예를 들어 제가 사는 지역도 너무 넓다 보니까, 그 안에서 갑지와 을지로 지역이 나뉘어요. 갑지는 동이고, 을지는 면, 읍, 리예요. 갑지에 연속 10년 이상 있으면 타 시도로 튕기기 때문에, 꼭 을지를 한 번 다녀와야 하는 특성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을지에서 특수학급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보니까, 과밀학급*이 많아요.


*과밀학급: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초과해 운영되는 학급. 유치원의 경우 교사 1명당 특수 유아 4명이 정원.


Q1-1. 과밀학급을 맡아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땠는지에 대한 경험을 더 나눠 주세요.


[거북이]

제가 사는 지역은 정말 특수학급이 적어요. 아이들은 많은데, 특수학급이 있는 공립유치원을 다 합해봤자… 17개이고, 그 중 대략 7개가 과밀학급이에요.


Q1-2. 원래 법적 정원은 4명인데, 5명, 6명씩 배치되어 있다는 거지요?


[거북이]

대부분 5명씩 배치되어 있고, 저도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3년 중 2년이 6명, 5명이었어요. 그런데 과밀학급으로 인한 교사를 주기는 해요.


Q1-3.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사를 받게 되는 건가요?


[거북이]

'과밀학급으로 인한 추가 배치 교사 신청'이라고 공문이 와요. 관리자가 이걸 신청하면, '기간제 교사를 뽑으세요'하고 유치원에 TO를 주는 거예요. 그러면 유치원이 기간제 교사 공고를 올려서, 같이 일할 기간제 교사를 뽑는 거예요. 예산도 다 줘요.


[인절미아몬드]

그런데 경기도는 (유아 숫자가) 몇 명 이상이고, 연령이 2개로 나뉘면 과밀학급이 아니어도 줘요. 서울에서 시작한 더공감교실*의 취지와 같아요. 특수교육지도사나 사회복무요원이 있어도, 신청하면 웬만해서는 다 줘요.

*더공감교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함께 협력해 수업, 생활지도 등 학급 운영 전반에 걸쳐 장애인 등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학생과 어울려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통합학급.


https://brunch.co.kr/@lemon99/31

https://newneek.co/@lemon99/article/34982


[거북이]

또 문제는, 교사를 뽑을 때부터 유아특수교육 전공자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냥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 일반 유아교육 자격증이 있는 사람, 초등특수교육, 중등특수교육 전공자도 받는 거예요. 그래서 유아특수교육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 보니 같이 일할 때 어려움이 있어요.


[인절미아몬드]

A지역과 다르게 B지역은 웬만해서는 과밀학급을 주지는 않아요. 그런데 B지역은 갑지와 을지로 나뉘어 있어요. 을지는 읍, 면, 리를 말해요. 이런 곳은 학군이 좋지 않으니까, 아이들만 많고 학급이 안 만들어져요. 그러다 보니까 별로 없는 특수학급으로 아이들이 몰리게 되고, 한 학급에 12명씩 있는 거예요. 일반학급에도 배치돼서 특수 유아가 20명은 돼요. 특수학급은 더 필요한데 인가 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더 늘릴 수도 없어요. 그런데 이미 배치된 특수 유아들은 배치 취소를 시킬 수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컨테이너 박스에 있어요. 모듈러 교실*처럼 수업하는 거예요. 을지로 들어갈수록 이런 일이 많아요. 을지일수록 장애 위험 유아들도 더 많은데, 이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또 B지역은 장애전담어린이집도 활발해요. 오히려 공립유치원으로 오면 특수 유아들 방과후가 안 되는 곳도 많고, 완전통합도 잘 안 되니까 보호자들이 보내려고 하지 않아요.


그리고 교육청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사항을 고려할 때, 유아특수교육만 따로 빼서 고려할 수가 없다고 말해요. 분명히 초등이나 중등과는 현장의 성격이 다른데도, ‘특수교육’으로 묶어서 운영해야 한다고 해요. 무엇보다 유아특수교육 장학사가 따로 없어요. 3년 전에 서울에 처음 생긴 뒤로 이제야 경기도에도 생겨요.


*모듈러 교실: 이동식 교실로, 기존 학교 시설의 증축을 위해 주로 지어짐.


Q2. 유아특수교사로서 경기도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임용 준비 당시 다른 선택지와 고민했던 점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거북이]

저는 경기도에 살아요. 임용 준비를 할 때 서울로 임용을 볼까, 살짝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선배 선생님들이 거의 모두 서울에 근무하셨거든요. 하지만 서울로 출퇴근을 하거나 서울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싶지 않았어요. 임용을 준비하던 당시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도 경기도에 살고 있으니까, 함께 경기도 임용을 봐서 근무하려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인절미아몬드]

서울이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선배들과의 교류도 잘 돼서 고민한 건 사실이에요. 연수 프로그램도 좋고, 교육 정책도 단계별로 실행되는 게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런데 통학에 너무 지쳐 있던 상황이라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 같은 경기도에 계셔서, 그분을 도와 함께 경기도의 유아특수교육을 개척해 나가고자 했어요. 같이 임용을 준비하던 선생님과도 개척해 나가려고요. (웃음)


Q3. 경기도가 근무지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거북이]

오직 ‘경기도’가 주는 장점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규모가 큰 경기도교육청 아래 25개의 교육지원청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서 혼란스러워요. 또 인구가 많은 지역은 교육 인프라가 좋지만, 오히려 경기도 북부 쪽의 인프라는 남부와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근무지가 거주지와 가깝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인절미아몬드]

개척해 나가는 맛이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자율성을 많이 주는 편이에요.


Q3-1. 그 ‘자율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거북이]

경기도는 지역마다 아주 다르게 운영돼요. 도 교육청에서 매뉴얼을 줄 때, 큰 네모만 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경기도 각지에서 ‘어린이집 장애 영유아 관련 사업을 하세요’ 이렇게 말하고 예산만 줘요. 그러면 구체적인 운영은 지역마다 다 다르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B지역에서는 장애 영유아 대상으로 발달 검사를 하고, 가족 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제가 사는 A지역은 그 돈으로 장애 영유아 보호자들 대상 북토크를 열고, 전문가를 불러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나 연수를 많이 했어요. 예산을 쓰는 방법이 아예 달라도 되는 거예요.

Q4. 반대로, 경기도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나 아쉬운 점은 어떤 게 있나요?


[거북이]

방금 말한 것처럼, 25개의 교육지원청이 통일되지 않은 비일관적인 방식으로 정책이나 사업을 운영하는 게 가장 아쉬워요. 지역마다 너무 달라요. 자율성의 측면으로 보기에는 현장에서 혼란을 유발해요. 또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혁신’과 ‘미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쉬워요.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전문가와 연계해서 모든 사업의 기틀을 견고하게 마련해서 시작해요. 서울의 PBS*나 특수 유아 선정 및 배치 매뉴얼 같은 것들? 하지만 경기도는 자율성만 제공해서 최신 특수교육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교육지원청이 예전에 해오던 대로만 사업을 운영해요. 이게 곧 현장의 답답함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는 서울의 경우 특수 유아는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굳센카드**가 있지요. 하지만 경기도는 돌봄과 치료비 지원이 가능한 꿈이든 카드***가 중복으로 지원되지 않아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아쉬워요.


*PBS(Positive Behavior Support, 긍정적 행동 지원):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효과가 입증된 증거 기반의 실제를 적용하여 교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절차.
**굳센카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 교육청이 치료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꿈이든 카드: 특수교육 대상자의 치료/방과후 지원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에서 시행하는 특수교육 지원 전자카드.


[인절미아몬드]

여기에 더불어서 지역 간 격차가 심해요. 또 아직 분리 교육 중심의 현장 분위기와 정책이 만연하다는 점도 아쉬워요. 특수교육 종일반을 운영할 때 통합교육이 안 돼요. 그 밖에도 유아특수교사들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 참여 기회도 부족하고, 연수 기회도 제한적이라는 점도 아쉬워요.


Q5. 유아특수교육을 처음 꿈꿨던 시절과 지금의 현장은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 그 괴리를 처음 또는 가장 강하게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었나요?


[인절미아몬드]

“완전통합교육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들었는데, 막상 가 보니 점심시간 이후에 분리해서 교육하는 걸 ‘완전통합’이라고 부르고 있었어요. 진짜 완전통합을 주장하는 게 제 욕심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어요.


[거북이]

저는 처음부터 모든 선생님들이 대놓고 완전통합교육을 반대하셨어요. “선생님은 신규고, 아이들이 특수학급에서 적응한 다음에 완전통합을 해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전 코로나19 덕분에 완전통합을 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일반학급 선생님이 못 나오시니까, 제가 특수 유아들까지 다 끌고 들어가서 완전통합을 했어요. 그런데 ‘해보니 괜찮더라’라는 반응이 나와서, 그때부터 어영부영 완전통합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코로나의 순기능이죠.


Q6. 통합교육을 운영하면서 제도적, 행정적 한계나 협업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요?


[거북이]

‘특수학급 배치’라는 이유로 특수학급에서 수업하라고 하는 모든 교사들의 태도가 힘들었고, 무조건 특수교사가 교실에 있어야만 통합교육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교사와 관리자들도 힘들었고, 특수교사는 수업을 안 한다는 생각으로 성과급 기준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회의가 진행되던 때도 있었어요.


Q6-1. 기본적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해결해 보고자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 대화로 갈등을 조율하고자 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거북이]

통합교육 협의회를 연다고 하면서, 유엔권리협약, 경기도 6개년 교육계획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여기에 완전통합교육을 하라고 되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사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일단 알겠다. 그런데 아이들이 적응을 못 하면 어떡하냐.” 이렇게 말해요. 저는 근거가 있고 다른 선생님들은 근거가 없는데, 숫자가 적은 특수교사가 밀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정말 신기했던 건, “그러면 재원생은 완전통합을 하고, 신입생은 부분통합을 해라.”라고 했어요.


[인절미아몬드]

저는 감사하게도 정말 좋으신 통합학급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가 “선생님, 점심시간 이후에 분리 교육을 하는 건 완전통합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니까 부장 선생님이 “그러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해 주세요.”라고 하셨어요. 너무 감동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좀 많으신 선생님께서는 힘드시니까, “제발 밥이라도 따로 먹어달라”고 부탁하신 분도 계세요. 그래서 저는 저와 제 아이들과 밥을 한 교실에서 먹으면 좋은 점을 막 얘기했어요. 일반 유아들 식사 지원도 해 줄 수 있다, 하면서요. 어떻게 보면 특수교육 자체를 배우지 않으신 분들이니까 힘들 수 있어요.


Q7.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느끼게 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지요?


[거북이]

뚜렷한 사건으로 보람차다기보다는, 그냥 매일 보람차지 않아요?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매일 끝나고 나면 ‘오늘도 재밌게 놀았다!’ 이걸로 보람차요. 어머니랑 카톡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오늘 아이가 이랬고 저랬고…

저는 작년에 단일 연령을 맡아서 제일 좋았어요. 한 연령에 3명이어서 완전통합도 할 수 있었고, 통합학급 선생님도 열린 분이었어요. 통합학급 선생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학급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지고요.


[인절미아몬드]

저는 전에 같이 일했던 통합학급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완전통합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저랑 완전통합을 한 달 정도 해 보시고 나서, ‘모든 유치원이 학급마다 특수교사 한 명과 일반교사 한 명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 이게 진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다. 선생님과 함께해서 너무 행복하고,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런 내용으로 편지를 써 주셨어요.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계셔서 너무 행복하다고. 그때가 진짜 기억에 남아요.




*본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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