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교사는 왜 외딴 섬일까?

특수교사라면 공감할 이야기

by 레몬자몽

유치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으레 행복하게 웃는 어린이들 틈에서 사랑을 듬뿍 받는 교사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순간들도 많다. 그런 기억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하지만 오늘 글은 그 이면의 이야기이다. 어느 직업이나 빛과 그림자가 있으니까. 아마 유아특수교사라면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만일 유아특수교사를 꿈꾸고 있다면, '이런 면이 있구나.'하고 심적으로 대비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유아특수교사는 왜 외딴 섬일까?


1. 기관마다 1명, 많아야 2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특수교육지원센터*나 특수학교에 근무하게 되면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체로 유아특수교사들은 유치원이라는 기관에 발령이 난다. 그러면 보통 유치원마다 특수학급은 1개, 많으면 2개다.


특수교사와 일반 유아교사들은 이해관계가 겹칠 때도 있지만, 다른 경우가 많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 안에서 심리적으로 '내 편'은 나 한 명이다.


행정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특수'나 '장애'가 붙으면 전부 나에게 공문이 온다. 특수교사 1명이 처리하는 공문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일반 유치원 업무 중 하나까지 맡아서 하게 되면 정말 피곤하다. 어떤 직업이나 나름의 고충이 있다. 하지만 그 고충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환경과, 나 혼자 삭여야 하는 환경은 분명 다르다.


*특수교육지원센터: 특수교육 대상자의 조기 발견, 진단·평가, 정보 관리 및 관련 서비스 지원을 위해 지역 교육지원청별로 설치된 운영 기관.


2. 내 교실이 아닌 다른 교실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아특수교육 현장은 기본적으로 '완전통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 다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pinksnoopy187/224159084112


정석적으로 '완전통합'을 운영하는 유치원이라면, 특수 유아들과 특수교사 모두 100% 통합학급에서 생활한다. 내 경우에도 특수학급은 주로 어울림 활동**을 할 때에만 활용한다.


그래서 가끔 남의 집에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는 느낌도 든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특정 놀잇감을 교실에 놓아달라고 할 때도 눈치를 보게 된다. 그 놀잇감이 너무 눈에 띄어서(소리가 나거나 시각적으로 자극이 되는 등) 우리 교실에 놓기는 좀 그렇다는 말을 들으면 더 눈치를 보게 된다.


일과 운영 중 내 역할이 헷갈릴 때도 많다. 일반 유아들은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지금 내가 교실 안에 있는 게 맞는지 아니면 복도에서 양쪽 모두를 관찰하는 게 맞는지 아리송하다. 교실 안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목소리로 유아를 지원하는지까지도 신경 쓴다.


(사족: 그래서 특수학급 정비를 위해서도 오후에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 행정 업무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짬을 내서 교실을 돌보아야 한다. 어울림 활동을 하러 모든 유아들을 특수학급으로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도, 특수 유아들의 특성상 밀착된 일대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놀이하라고 놔 두고 다른 일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어울림 활동: 일반 유아들과 특수 유아들을 모두 특수학급으로 데리고 와 대집단 및 자유놀이를 하는 활동.


3. 성과급*** 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교사는 분명 일반 유아교사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런데 평정은 일반 유아교사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한다. 성과급을 배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일례로 나는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처음 발령받은 유치원에는 특수교사를 위한 성과급 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기준 중에는 이런 게 있었다.


<학급 인원에 따른 지도 곤란도>

- 17명 이상일 경우 10점

- 12명 이상일 경우 9점

- 7명 이상일 경우 8점


급간이 5명씩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확실했던 건, 특수학급의 정원은 최대 4명인데, 가장 낮은 급간조차 그 정원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특수교사는 무조건 가장 낮은 점수가 아닌가?

너무나 당연하게 흘러갔던 분위기에 신규 교사인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사실 선배 특수교사들로부터 이미 이런 기준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처음부터 포기하고 있었기에 크게 마음 상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나는 특수교사의 성격을 고려하여 성과급 기준을 변경해 달라고 건의했고,

지금은 같은 평가 항목이 '인원 수'가 아닌 '비율'에 따라 평가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유치원에서는 '유아특수교사 = 가장 낮은 성과급'이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당연시되고 있다.


'어차피 성과급은 B'라는 생각이,

얼마나 소외감이 들고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낮추는지 아는가?


***성과급: 개인이나 집단이 거둔 성과와 직무 수행 능력의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보상적 성격의 급여.


(사족: 사실 인원도 몇 명 안 되는 유치원 안에서 성과급을 나누는 게 말도 안 되게 웃기기는 하다. 어떨 때는 일반 유아교사 2명과 특수교사 1명, 이렇게 3명이서 S, A, B를 나눠 가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교육 공무원의 성과급은 정말로 개선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4. 우리 아이들의 도전행동으로 인해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건 특수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찌할 수가 없다. 우리는 분 단위로 수업을 방해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담임이다. 문제가 생기면 열에 일고여덟 정도는 우리 아이들이 포함된다.


그러면 다른 선생님들은 나에게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쟤는 왜 그래요? 특수교육을 하는데 쟤는 왜 좋아지지 않아요?"


나도 정말 궁금하다. 미치도록 알고 싶다.

그 아이가 왜 그러는지 내가 다 알았으면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아닐까?

아니면 길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람의 속마음을 읽는 일로 떼돈을 벌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수교육은 마법이 아니다. 해리포터의 마법지팡이처럼 주문을 외운다고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니다. 그러면 '장애'라고 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장애로 인해 반복적으로 교실 내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떤 순간들에는 정말 무기력해지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5. 아이의 장애 자체로 인한 소외감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수천 번을 반복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구니에 수저통 정리하기, 자기 이름표가 붙은 가방장에 가방 넣기, 기저귀 안 차고 소변 보기 등. 다른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놀 때 나는 우리 아이와 단둘이 씨름하면서 화장실이나 복도에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외딴 섬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소위 말해 '현타'가 온다. 자주는 아니고 아주 가끔.


물론 나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정말 '장애'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 본질적인 의문을 품게 될 때가 있다. '이 아이가 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야 했을까?'하는 안타까움과, 그로 인한 소외감을 아주 가끔 느낀다.




어느 집단이든, 일단 쪽수가 많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4명이고, 나는 1명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에서 다뤘다.

https://blog.naver.com/pinksnoopy187/224170975301




사실 나는 완전통합에 열려 있는 좋은 기관에서 신규 교사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사'이기 때문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더 많았다. 일을 하다 보면 저 글 속의 모든 걸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유아특수교사들만 느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상황 속에서의 고충이 많다는 걸 알기에 이런 글을 적어본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이 세상의 유아특수교사들에게 블루투스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 본다. 더불어 오늘은 이 직업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빛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니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https://blog.naver.com/pinksnoopy187/224171642508


*대표 이미지 출처: Gemini 나노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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