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를 잘 하는 법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by 레몬자몽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특수 교사 시절, 항상 마지막 말만 기억하는 햇님이라는 어린이가 있었다. 아주 예뻐하던 자폐 어린이였는데, 대화는 보통 이런 식이었다.


나: 햇님이는 마술이 좋아요, 비눗방울이 좋아요?
햇님이: 비눗방울이 좋아요.
나: 그러면 비눗방울이 좋아요, 마술이 좋아요?
햇님이: 마술이 좋아요!
나: ...


가르친 내용도 항상 마지막만 기억해 주는 햇님이 덕분에, 그 때부터 뭘 하든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번에도 연수휴직을 들어가기 전, 다음 학기에 올 어린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세팅을 완벽하게 해 두고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글은 교사 생활에 쉼표를 찍으며 느낀, 일의 마무리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다.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1. 사람들은 주로 마지막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멋진 연주를 들어도 마지막에 실수가 나면 '잘 못한다'라고 기억한다. 초반에 실수가 나도 마지막이 멋지면, "그래도 마지막엔 진짜 멋있더라!"라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수가 나면 "초반엔 진짜 멋있더라!"라고 하지 않는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초반에 잘 못하다가 잘하게 되면 "많이 발전했다"라고 칭찬한다. 하지만 반대라면 "얘는 끝으로 갈수록 왜 이래?"가 된다. 용두용미가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용두사미보다는 사두용미가 좋다는 뜻이다.


2. 마지막 인상은 새로운 기회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마무리는 성실함과 책임감의 지표이다. 내가 의사결정권자라고 해 보자. 후보는 많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일을 맡기고 싶을까? 마지막까지 일을 잘 책임져 줄 사람에게 맡기고 싶을 것이다.


모든 것은 입소문을 탄다. 내가 일하면서 종종 들은 말 중 하나는, "아~ ○○ 선생님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 유치원에서 일하시죠?"였다. 내가 새롭게 만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내가 어떤 스타일로 일했는지, 함께 일하기에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일하는 필드가 좁으면 좁을수록 마무리는 더 잘 해두어야 한다.




마무리를 잘 하려면?


그렇다면 마무리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내가 처음 보여준 좋은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면 된다. 예능을 보면 희극인들은 캐릭터를 일관되게 가져가려고 한다. 그래야 대중에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내 사회적 페르소나도 마찬가지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다.


나는 요즘, 항상 밝게 웃으며 "네!"라고 대답하던 신규 교사 시절이 마치 전생 같다.

2년차 후반부터는 교무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면, 흔들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과 뛰어놀면서 행복해 하던 나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언젠가부터는 어린이들과 뛰어놀기는커녕, "선생님 무릎이 너무 아파. 가서 친구들한테 같이 놀자고 해 볼래?"라고 하기 시작했다.


후임 선생님을 위한 인수인계 자료도 아주 잘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아주 잘 하고 나온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지금 남아 있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는,

적당히 쉬어주며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는 걸 배우면서 3년의 교사 생활에 쉼표를 찍는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