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특수교육대상자 진단 의뢰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은 용기를 내시기를

by 레몬자몽

얼마 전 우리 유치원에 있던 일반 유아 한 명이 특수교육대상자 진단을 받았다.

만3세 반에 들어왔을 때부터 신경 써서 봤고, 어머니께 조심스럽게 치료를 권유했던 어린이였다.

담임 선생님과 나는 둘이 붙잡고 "더 일찍 의뢰할걸..."하고 한탄 아닌 한탄을 했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을 겪은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오면서, 점점 특수교육대상자 진단이 늘고 있다. 그만큼 특수교육대상자 진단 의뢰로 고민하시는 보호자 분들도 많으실 것 같다. 오늘 글은 자녀의 특수교육대상자, 또는 장애 진단을 고민하고 계신 보호자들께 하고 싶은 말이다.




1. 특수교육대상자 진단과 장애 진단이 모두 같은 건 아니에요.


특대자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장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보통 유치원 시기에 특대자 의뢰를 하면, '발달지체' 판정을 받아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정의하는 '발달지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체, 인지, 의사소통, 사회·정서, 적응행동 중 하나 이상의 발달이 또래보다 현저하게 지체되어 특별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한 만 9세 미만의 아동.


'장애'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지요. 유아 시기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조기에 '장애'로 판정하면 낙인의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대체로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라고 속단하지 않고, '발달 지체'로 진단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조기 개입을 통해 특대자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 다른 글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2. 특수교육대상자는 진단 취소도 가능해요.


말 그대로입니다. 일찍부터 진단을 받았는데, 특수교육을 비롯해 여러 치료지원 서비스와 중재를 통해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보통 초등학교 2학년 때 한 번 더 진단 평가를 하고, 진단 취소가 되기도 합니다. (드문 케이스이기는 합니다.)


3. 친구들에게 낙인이 찍힐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사실 이건 지역과 해당 유치원의 분위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 일상 속의 장애공감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통합학급 교사들과 관리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건 확실해요. 다양성 존중에 대한 교육도 아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적어도 서울 지역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라고 친구들 사이에서 낙인이 찍히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중요한 건, 진단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낙인이 찍히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아이들은 특대자 같은 개념은 모릅니다. 그냥 날 불편하게 하면 같이 놀지 않고, 재미있으면 같이 노는 거예요.

그래도 특대자 진단을 받으면, 특수교사가 아이 옆에 있으면서 다른 어린이들에게 아이의 특성에 대해 설명이라도 해 줄 수 있어요. 또 진단을 받으면 개별화교육협의회나 치료지원 같은 서비스를 통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방치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일반 유아와 놀이하는 것보다, 특수교사의 놀이 지원을 받으며 특수 유아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러니 '낙인'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4. 완전통합은 지역 편차가 있기는 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을 포함해, 서울 대부분의 유치원은 완전통합을 기조로 합니다. 경기도는 아직 부분통합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 지역도 유치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유치원에서 이상적인 형태로 완전통합이 실시되기에는, 아직 예산과 전문 인력, 사회적 인식이 많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특수교육적 지원을 조기에 받는 건 더 많은 혜택이 있습니다. 그 혜택은 특수교사 및 특수교육실무사의 밀착 지원, 특수교사가 진행하는 다양한 또래 상호작용 활동, 개별화교육계획, 치료지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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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사 입장에서도 특대자 진단 의뢰를 권유하는 건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다. 보호자 분이 얼마나 속상하고 걱정하실지도 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만약 담임교사가 특대자 진단을 권유했다면, 수 차례 고심 끝에 꺼낸 이야기임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교사도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보호자와 똑같다. 전문적인 교육적 지원을 최대한 일찍부터 받는 것이 좋기에, 교사도 오랜 시간 동안의 관찰과 논의 끝에 보호자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실제로 진단을 의뢰하자고 보호자에게 권유하기 전, 특수교사가 직접 교실에 들어가 유아를 여러 차례 관찰하며, '의뢰 전 중재'라고 해서 교실 내에서 교사들이 해 볼 수 있는 지원이란 지원은 다 해 본다.)


진단을 받고 특수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이의 발달을 가장 좋은 길이다. 실제로 특대자 진단을 받고 싶어하지만 너무 경해서 진단이 안 나오는 어린이들도 있다. 반대로 진단을 받고 특대자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면 똑같이 유치원 생활을 계속 하면 된다. 힘들게 낳아 애써 키운 아이를 특대자 진단에 의뢰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현장에 많으니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 진단 의뢰를 고민 중이신 보호자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